中대기업 금융업 진출 '러시' ‥ 투자업무까지 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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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기업들이 속속 금융자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여러 계열사들의 복잡한 금융업무를 일원화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외부 자금도 효율적으로 수혈받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금융감독 당국은 석유 철강 자동차 식품수입업 등 금융이 아닌 다른 산업부문 기업들에도 금융업 면허를 잇따라 내주고 있다"며 "이같은 변화는 중국내 금융산업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대기업들, 너도나도 금융업 진출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금융업에 진출한 일반 기업은 총 88개사에 달한다.
중국해양석유회사(CNOOC) 페트로차이나 상하이바오스틸그룹 상하이자동차 차이나내셔널시리얼즈 등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금융 자회사를 설립, 자사의 자금 관리를 맡기고 있다.
이들 금융 자회사의 총 수신고는 약 5백억달러.
중국 국영은행들(2조7천억달러)보다는 현저히 작은 규모지만 고객확보와 자산증가 속도는 매우 빠르다.
중국 대기업의 금융자회사 설립 붐은 은행권에 대한 강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자금이 부족해 대출을 받으려 해도 은행의 문턱이 높아 제 때 서비스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WSJ는 "대기업 금융자회사들은 수신 및 여신 업무를 비롯 투자은행 업무까지 영역을 점점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제너럴모터스(GM)의 자동차 할부금융회사인 GMAC와 같은 형태의 금융사가 중국에서도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존 은행들과 영역다툼 예고 =일반 기업들이 금융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기존 은행들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ㆍ공상ㆍ건설ㆍ농업은행 등 4대 국유 은행들은 이러한 금융계 재편에 대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영업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4대 국유은행들을 포함해 과거 7∼8개 은행들과 거래해 온 CNOOC는 금융자회사 설립을 계기로 거래 은행을 2곳으로 대폭 줄였다.
최근 상하이바오스틸그룹은 1억위안의 대출금을 기존 은행이 아닌 금융자회사를 통해 마련했다.
중국 최대 전력회사인 차이나양쯔전력은 지난해 계열 금융사를 활용, 5백80만위안의 투자운용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대기업 금융자회사 설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업 내 부패가 만연하고 체계적인 기업지배구조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 자회사가 지배주주의 불법대출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홍콩의 소액주주 운동가인 데이비드 웹은 "금융 자회사가 지배주주에는 대출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명확한 규율을 정해야 금융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