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CEO들 한국투자 접고 싶다는데] "한국정부,몰라도 너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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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기업 10개중 4개가 한국 내 사업 철수를 고려한 적이 있거나 검토 중이라는 한국경제신문의 설문조사 결과는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조의 경영 참여 등을 추진하는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 움직임에 대한 외국계 기업들의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대부분의 외국계 CEO들은 강성 노조, 경직된 노동시장, 생산성을 훨씬 웃도는 임금 인상 등 노동문제를 한국 내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 노동시장 변해야 한국이 산다
외국계 CEO들은 '한국 정부의 경제에 대한 가장 큰 착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주관식 질문에 "정부가 노동문제의 심각성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지 않아도 강성 노조 이미지가 해외 기업들의 한국 진출을 더디게 하고 있는데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노동정책이 이미 진출한 기업까지 내몰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응답자는 "노조의 목소리가 세질수록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을 늘려서라도 노조의 위협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한국 정부는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허락하면 안된다"며 "회사 업무를 운영하는 것은 노동자의 몫이고 회사 운영을 관리하는 것은 경영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응답자의 38%는 한국 내 제조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형태의 그린필드형 투자 실적은 44억4천1백만달러로 지난 2001년 93억8천8백만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외국인 직접투자(FDI) 액수는 5백70억달러로 아시아지역 전체(9백90억달러)의 57.5%를 차지했다.
지난 2000년 29%에서 2001년 44%, 2002년 56%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 내수시장을 살려라
노동정책 다음으로 외국계 CEO들의 쓴소리가 집중된 부분은 수출 의존형 정책이었다.
특히 최근 중국의 경기 과열 억제 정책이 불러온 '차이나 쇼크'로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자 외국계 기업들은 위기관리 차원에서 국내 생산 제품의 대중국 수출 비중을 줄이고 싶은데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여의치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 응답자는 "궁극적으로는 수출보다 내수가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는 내수 경제를 발전시키고 수출 지향ㆍ환율 개입 정책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내수 활성화에 대해 정부가 립 서비스(lip service)는 많이 했으나 실제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 NAPO(No Action, Policy Only)는 이제 그만
립 서비스에 그치고 있는 것은 내수 활성화 정책만이 아니다.
외국계 CEO들은 동북아 허브 정책에서 지식재산권 문제까지 정부가 그럴 듯한 정책은 많이 만들어냈으나 실제로 실행하고 있는 게 없다고 말한다.
'경제 발전을 위해 한국 정부에 조언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 응답자는 "노동시장 유연성, 규제완화, 예측 가능성, 투명성 등 정부에 조언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조언했다"며 "이제 실행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고 응답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