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는 실적이 괜찮았던 것 같은데 하반기에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요?(희성전선 전주공장 근로자 김모씨)"


"세계 IT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전망도 밝은 편입니다. 하지만 전선의 주 재료인 구리의 국제시세가 큰 폭으로 출렁거리고 있어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입니다.(배중근 전주 공장장)"


지난 11일 광케이블 등 통신용 전선 제조업체인 희성전선 전주공장 대강당은 1백30여명의 직원들로 가득찼다.


배중근 공장장(통신사업부장)이 주재하는 직원대상 경영설명회를 듣기위해 모인 것.


배 공장장은 "공장별로 매달 경영설명회를 갖고 회사의 경영 상황을 직원들에게 있는 그대로 공개한다"며 "실적이 좋을 땐 노사가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가 되고 나쁠 땐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사가 함께 고민하는 장이 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희성전선은 근로자들이 회사 사정을 정확히 알아야 '어떻게 행동하는게 옳은지' 제대로 판단하게 되고, 그래야만 노사가 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판단, 경영설명회를 도입했다.


회사가 종업원들에게 모든 것을 오픈함으로써 불필요한 마찰의 소지를 없애는, 일종의 열린 경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희성전선은 회사의 경영상황에 대한 종업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경영ㆍ경제 관련 용어와 개념을 알기 쉽게 풀어 쓴 특별 교재까지 마련했다.


교재는 '수박장사를 하려는 김씨는 수박가격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던진 뒤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원가 개념과 고정비ㆍ변동비 개념, 손익 발생 및 배분 등을 이해하도록 짜여졌다.


홍순맹 전주공장 지원팀장은 "지난 2001년 교육을 시작한 뒤 경영설명회때 근로자들이 던지는 질문 수준이 확연히 달라졌다"며 "근로자들이 회사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열린경영의 효과는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희성전선은 지난 2000년 이후 4년 연속 1백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 1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천억원 시대'를 열었다.


노사가 힘을 합쳐 경영혁신을 추진한 덕분에 1인당 매출 6억원이라는 업계 최고의 생산성을 실현했다.


희성전선은 '과실은 노사가 함께 나눠야 한다'는 원칙 아래 종업원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와 각종 복지제도로 보답하고 있다.


1926년 창립이래 78년간 단 한번의 노사분규도 겪지 않은 유한양행도 열린경영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의 열린경영은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공동운명체'라는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의 경영철학이 출발점이 됐다.


열린경영의 도구는 노사협의회, 노사합동연수회 등 노사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마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들.


이같은 제도를 통해 노사는 분기별 매출, 신규사업 계획, 손익 현황 등 세세한 경영정보까지 공유하고 있다.


특히 근로자 대표가 주총에 참석해 발언하는 방식으로 노조의 경영참여도 이뤄지고 있다.


울산과 양산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경동도시가스도 1977년 창립이래 27년간 한번도 노사분규를 겪지 않은 비결을 열린 경영에서 찾고 있다.


각종 경영정보를 사내 인트라넷에 공개하고, 노사가 수시로 접촉하면서 현안을 논의하는건 기본.


회사는 실적에 따른 성과급 배분과 체계적인 인재양성 시스템을 통해 근로 의욕을 고취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밖에 후지제록스, 삼성SDI, DHL코리아, 라파즈한라시멘트 등도 열린경영을 통해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전주=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