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경매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봄까진 다세대 연립주택, 변두리지역 상가 등 부동산시장의 비인기 물건들이 경매에 많이 나왔으나 최근엔 서울 등 대도시의 아파트를 비롯해 빌딩, 토지 등 주류상품까지 경매홍수를 이루고 있다. 부동산 매수세가 위축돼 낙찰가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의 경매신청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들어 경매신청한 부동산 물건이 지난 1월 3백37건에서 5월엔 4백72건으로 늘었고 이달 들어서도 계속 증가추세"라고 밝혔다. 이는 은행대출을 끼고 부동산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이 값이 오르기는커녕 임대료도 제대로 못 건지자 은행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압류당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들이 경매신청한 물량은 채 소화되기도 전에 신규매물이 나오면서 우리은행의 경우 누적 경매건수가 작년말 3천7백79건에서 지난 5월말엔 4천9백77건으로 5개월 사이에 31.7%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국민 한미 제일 등 여타 은행과 다른 금융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매물량이 이런 추세로 늘어날 경우 가격급락과 담보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최악의 경우 신용대란 사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정보제공업체인 디지털태인(www.taein.co.kr)의 조사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전국 법원경매 물건은 17만6천8백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만1천3백87건보다 46% 증가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경매물건은 매달 늘어나는 추세다. 올 1월 3만1백88건에서 5월엔 4만2백10건으로 1만여건이나 급증했다. 이달엔 지난 17일까지 2만5백여건이 경매시장에 나왔다. 특히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인기를 누려 왔던 아파트의 경우에도 올들어 지난 17일까지 4만4천6백34건이 경매에 나와 지난해 상반기의 2만5천3백36건에 비해 무려 76%나 증가했다. 디지털태인 관계자는 "최근 서울 등 대도시의 중심상업지역에서도 감정평가액 이하의 급매물이 늘고 있다"며 "노른자위·알짜로 통하던 부동산물건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알짜물건만 팔리는 경향이 뚜렷해지며 낙찰가 역시 급락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서울지역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만 하더라도 최저낙찰가의 90%선에서 낙찰이 됐으나 최근엔 80%선으로 급락했다"고 전했다. < 사회ㆍ금융부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