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부동산 대출금 이자 못내 ‥ 살 사람 없어 경매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씨(49)는 최근 자신의 다세대 주택을 경매처분당했다.
2002년 초 그는 전세가격이 급등하자 은행으로부터 4억원을 대출받아 발산동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 주택을 지었다.
그러나 사업 부진이 이어진 데다 전세를 놓는 것마저 여의치 않으면서 대출금 연체를 거듭하다 마침내 집을 잃게 됐다.
최근 법원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의 대부분이 이런 경우다.
지난 3년간의 부동산 호황 속에 대출금을 끼고 부동산에 투자한 이들이 장기 경기 침체와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대출금을 못갚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여느 지역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천시 연수구에 위치한 10층 빌딩의 경우 연초까지는 70억원을 호가했다.
최근 빌딩 주인이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건축 원가인 50억원에서 10억원을 낮춘 40억원에 급매물로 내놨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해 경매에 부쳐질 상황이다.
불황으로 임대가 안되기 때문에 아무리 값을 낮춰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살 사람이 없는 것이다.
◆ 고급 아파트 매물도 증가
경매 물건은 다세대, 연립주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민들이 경기 침체 영향을 가장 크게 받기 때문이다.
인천 부천 서울 강서구 등 서민 주거시설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전체 경매 물건 중에서 다세대, 연립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기 침체 여파가 서울 강남권 중산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법원 경매시장에는 이달에만 강남권 고급 아파트 10여채가 나왔다.
대표적 부촌인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가 경매로 나와 22일 입찰에 부쳐진다.
이어 23일에는 평당 2천만원이 넘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의 경매가 진행된다.
이런 인기 아파트는 2000년 이후 경매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
◆ 낙찰률도 하락
물건은 늘고 있지만 낙찰률이 떨어지면서 경매시장에 물건이 쌓이고 있다.
경기 침체에다 향후 부동산시장 전망이 불투명함에 따라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가격의 추이를 알 수 있는 평균 낙찰가율(낙찰가격/최초 감정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71.5%에서 올 상반기 68.7%로 떨어졌다.
지난 5월 부산지역 법원 경매 낙찰가율도 부동산경기 침체의 여파로 67.18%를 기록, 지난 2002년 2월(60.59%)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낙찰가율은 아파트가격의 선행지수로도 여겨지고 있다.
전체적인 경매가도 하락세다.
은행권의 경매 물건은 쌓여만 가고 있다.
하나은행의 누적 경매 진행 건수는 작년 말 2천1백30건에서 지난 5월 말 2천6백94건으로 26% 증가했다.
국민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은행 서울ㆍ경기북부 지역 경매센터의 부동산 경매물건은 지난 1월 말 5천여건에서 5월 말 6천4백여건으로 4개월 만에 28.0% 늘어났다.
◆ "확산될라" 주목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의 '전주곡'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며 불안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기와 부동산의 동반 침체가 계속될 경우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대출금 회수나 신규 대출 중단→대출금 연체 급증→압류 및 경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년간의 부동산 열풍을 주도한 서울 강남 아파트 등으로 확산될 경우 부동산 대출을 많이 안고 있는 금융권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매 신청 부동산은 다세대나 연립주택이 주류지만 점차 다른 물건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는 서울, 물건 유형으로는 아파트로 확산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