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골프대회 중 가장 어렵게 코스가 세팅되는 것으로 정평난 US오픈은 올해도 그랬다. 무릎을 덮는 러프,바짝 말라 콘크리트 같은 그린에 바람까지 가세했다. 커트를 통과한 66명의 세계 톱랭커 중 최종일 언더파를 친 선수는 한명도 없었다. 지난 63년이후 처음이다. 언더파는커녕 28명은 80타를 훌쩍 넘겼다. 그 중에서도 빌리 메이페어의 89타가 압권.우즈 76타,싱 78타,엘스·가르시아 80타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턱없는 오버파 스코어를 냈다. 우즈가 "잘 치면 언더파가 나와야 하는데 이 코스는 그렇지 않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코스세팅이 아니다"고 말할 정도다. 대회를 주관하는 USGA(미국골프협회)조차 최종일 전례없는 '처방'을 했을 정도다. 7번홀(파3) 그린이 너무 타 잔디가 죽어버렸고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졌다. 그 탓인지 첫 2개조 4명의 선수 중 3명이 트리플보기,1명이 보기를 범하자 USGA측은 부랴부랴 그린에 물을 뿌렸다. 코스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엄격하게는 규칙상 금지되는 행위였다. 에피소드는 더 있다. 보 반 펠트는 최종일 4번홀(파4)에서 무려 6퍼트를 한 끝에 8타를 쳤고,투어 내에서 '퍼트의 고수'로 통하는 크리스 라일리는 첫홀에서 퍼트한 볼이 그린을 넘어 갤러리 사이로 가는 바람에 트리플보기를 범하기도 했다. 4라운드 합계 스코어가 언더파인 선수는 단 두명에 불과했다. 천하의 우즈도 4일동안 버디 5개를 잡은데 그친 반면 보기는 13개,더블보기는 2개나 범했다. 갈수록 장비가 발달하고 선수들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기존 골프코스는 대대적으로 개조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번 US오픈은 '코스도 세팅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