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사와 공동으로 '한ㆍ중ㆍ일 금융산업에서의 외국자본 역할'을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 각국 금융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국제자본을 활용한 금융산업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세 나라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개방이 시대적 대세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외국자본 진출이 자국 금융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대응책에 대해서는 다소 시각차이를 보였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임준환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모리 도시오 일본총합연구소 이사, 바수쑹 중국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 부소장이 주제발표자로 나섰으며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로이 라모스 골드만삭스 상무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린다. ------------------------------------------------------------------------- 임준환 <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한국 은행산업에서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상승,작년 말 현재 자산기준으로 30%에 이른다.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것이다. 외국자본 진출은 선진 금융기법 도입 등을 통해 국내 은행산업 전반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의 효율성이 개선된 것은 주로 인력 구조조정 덕분이었다. 순(純)이자마진으로 측정한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정성 측면에서도 외국자본 진출로 은행의 대형화가 촉진될 경우 특정 은행의 파산이 전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증대, 시스템 리스크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론적으로 외국자본의 은행산업 진출로 원가절감의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수익성 개선에 미치는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으며, 금융산업 전체의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러나 외국자본의 진입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일관성 있는 감독 및 규제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금융분야에서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들에 대한 대책과 한미은행의 사례처럼 상장폐지를 통해 시장의 감시를 벗어나는 경우에 대한 규제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모리 < 日 총합연구소 이사 > 일본은 금융회사들의 영역이 세분화돼 있었으며, 복잡한 금리시스템에 의해 규제를 받으면서 산업자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일본의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은 이같은 특징에 힘입어 일본 경제의 빠른 성장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은행들은 단지 보조적인 '자본의 통로'로서의 역할만을 맡았다. 그러나 1960년대 말 이후 일본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면서 일본의 금융회사들도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AFLAC 알리코 등 외국 보험회사들이 일본 진출에 성공했다. 1990년대 금융과 부동산의 거품이 꺼진 이후에는 보험뿐 아니라 은행 및 증권산업에도 외국자본 진출이 본격화됐다. 당시 일본의 많은 상업은행과 증권회사들이 파산했지만, 일본 국내 금융자본은 이들을 인수하는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결국 외국자본들에만 좋은 사업 기회를 제공한 셈이 됐다. 금융시장 개방은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적 추세다. 일본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보다 비용이 낮은 자금조달원을 찾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일본 국내은행과 증권회사뿐 아니라 외국계 금융회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 국내 금융회사들도 기업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핵심역량 제고를 통해 외국자본 공세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할 것이다. 바수쑹 < 中 금융연구소 부소장 > 중국 정부는 이르면 내년중 4대 국유은행의 민영화 작업을 마무리짓고, 해외 상장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국유은행은 현재 해외 컨설팅 회사들로부터 이같은 작업에 필요한 실사를 받았으며, 세계적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전략적 제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머지않아 금융시장 개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금융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기준)에 맞춰 개편하고 있다. 2006년 이후에는 외국자본이 단독, 또는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합작 형태로 중국 현지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동북지역의 부실채권 처리에 참여하는 외국 금융회사들에 대해서는 지분 소유한도를 높여 주는 등의 우대조치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계 보험회사들이 자본금 확충을 모색하고 있어 외국자본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외국 금융회사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는 무엇보다 중국 금융회사와의 우호적인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금융회사들은 방대한 네트워크와 고객기반 등 고유의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겸업화의 우위를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 중국은 현재 '분업주의' 금융체제에서 '겸업주의' 체제로 전환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따라서 외국 금융회사들이 겸업경영의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 복합상품을 개발한다면 중국 금융체제의 전환과 금융시스템 혁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