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5:38
수정2006.04.02 05:41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농지 임대를 조건으로 도시민의 농지소유 한도를 풀기로 함에 따라 농촌지역에서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자본주의형 기업농이 대거 등장할 수 있게 됐다.
도하개발아젠다(DDA)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농업시장 개방 흐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기업형 농업가를 키우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도시민에 대한 농지소유 한도 폐지는 자영농 위주로 돼 있는 현행 농업정책의 일대 수술을 전제로 하는 데다, 농민단체들이 '경자유전(耕者有田)'의 헌법 정신을 들어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최종 확정되기까지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 농지도 '소유와 경영 분리'
농림부는 전업농 또는 농업법인과 5년 이상 임대계약을 체결할 경우 도시민이 매입한 농지라 하더라도 '농업경영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로 간주, 소유한도 제한을 풀기로 했다.
전업농이나 농업법인이 농지를 경작하고 도시민(비농업인)은 농지 소유에 따른 이득(임대소득)과 시세차익을 얻도록 함으로써 농업 분야에도 '자본주의'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같은 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농업시장 개방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과 이로 인한 농지가격 급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태호 서울대 교수는 "농지를 담보로 돈을 빌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며 "농업개방으로 농지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도시자본을 농촌으로 끌어들이는 고육책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이같은 '농지의 소유와 경작 분리'는 헌법 1백21조 1항(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투기 등 부작용 우려
농지 소유와 경작이 분리되면 개발 가능성이 높은 농촌지역을 위주로 부동산 투기바람이 일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또 자영농 위주로 돼 있는 현행 농업정책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부담도 생길 수밖에 없다.
예컨대 농민 소득보전 방안으로 시행되고 있는 '농업직불제'는 실제 경작농민이 아니라 농지소유자가 혜택을 받도록 돼 있다.
유기농 등 환경농업 육성책도 장기간 땅에 투자하고 관리하는 자영농에게 적합한 정책이다.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유규제 완화로 농지투기가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농지전용에 따른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