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가 법정관리 회사인가.' 진로의 폭발적인 판매량과 왕성한 마케팅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로가 최근 보여준 공격적인 마케팅은 바로 과감한 저도화 추진.고도주의 독한 술을 마시는 경향에서 저도주의 순한 술로 바뀌는 웰빙 트렌드에 즉각적으로 대응한 것이 바로 22도에서 21도로 낮추기다. 소주업계 1위로서 굳이 저도주화라는 모험을 감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진로의 저력을 극명하게 보여준 결정이라는 평이다. 이같은 과감한 경영전략은 25도에서 23도,23도에서 다시 22도로 꾸준히 변신해온 진로소주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저도화는 1924년 창업 당시 35도에서 1965년 30도로 낮추면서 시작됐다. 소주 도수의 기본으로 알고 있는 25도는 1973년 일반화됐다. 이때부터 대중주였던 탁주를 밀어내고 한국인의 국민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소주시장이 23도로 낮춰진 것은 98년 10월 '참진이슬로'가 나오면서부터다. 이때를 계기로 국내 소주시장은 25도 미만의 순한 소주가 절반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순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 변화에 따른 결과다. 2001년 참이슬은 다시 22도로 리뉴얼됐고 올해 2월 재차 21도로 낮춰졌다. 특히 올해 도수를 내린 것은 이원 전 법정관리인과 임원진이 도출해 낸 팀워크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법정관리 속에서도 시장 변화를 읽고 과감하게 한 의사결정이었다는 지적이다. 하마터면 수도권 경쟁사인 두산의 '산'소주에게 21도 전환의 선수를 빼앗길 뻔했다. 21도 전환을 계기로 광고 모델을 기용한 것도 업계를 놀라게 했다. 법정관리회사는 모델료 등 불요불급한 자금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깬 것이다. 법원도 처음에는 모델 기용에 반대했으나 경쟁사의 21도 공세에 앞서 선수를 쳐야 한다는 경영진들의 설명에 모델 기용을 승인했다. 모델은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는 탤런트 김태희.신선한 이미지가 참이슬에 잘 어울린다는 게 중평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