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남자프로골프대회를 개최했던 유통전문회사 제이유그룹의 최봉환(54) 부회장은 샐러리맨으로 언더파 스코어를 치는 "보기드문 고수"다. 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가 아닌 샐러리맨이 "싱글골퍼"가 되는 것은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어렵다. 최 부회장은 지난 90년 재무부를 그만두고 고려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운 좋게도 당시 한국체육대학에서 골프를 가르치는 후배 권봉안 교수로부터 기초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입문 9개월 만에 88CC에서 80타로 첫 '싱글 스코어'를 냈고 바로 그 다음주 뉴서울CC에서 79타를 쳤다. "1백타를 깨는 데는 7개월이 걸렸는데 한달 만에 90타대를 깨고 다시 한달 만에 80타대를 돌파했지요.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몰입하는 성격이 남보다 유달랐던 것 같아요." 최 부회장은 오후 10시께 잠자리에 들고 오전 3∼4시에 일어난다. 이에 따라 출근 전 한두시간 꾸준히 연습했다.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언더파를 치겠다는 목표를 가졌어요. 골프를 고시공부하듯이 한다고 친구들이 말했을 정도였지요. 골프책도 50권 정도 보고 비디오도 1백개는 넘게 봤을 겁니다." 최 부회장은 입문 초기 아파트 놀이터에서 벙커샷 연습을 하다가 토핑이 나는 바람에 남의 집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화단에서 아이언샷 연습을 했더니 주민들이 화단을 망가뜨린다며 그 곳에 무궁화나무를 심어버린 일도 있다고 했다. 그는 골프를 잘 하려면 이론적인 기초를 잘 다지라고 권한다. "많은 사람들이 '골프 이론은 아는데 몸이 안 따른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지요. 연습하지 않고 이론만 아는 것도 무의미하지만 이론 없는 실전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최 부회장은 그러나 한 때 너무 많은 이론을 접한게 아닌가 하는 회의를 갖기도 했다. 그래서 골프관련 책과 비디오를 모두 없애버리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골프이론을 파고 들어가서는 안돼요. 이론을 통합,단순화시켜야 합니다. 라운드 때 아무 생각없이 스윙을 해야 좋은 스코어가 나오지 자꾸 스윙에 대해 생각하면 미스샷이 나옵니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6월 갑자기 안면 마비증세가 찾아와 10개월 가량 골프를 치지 못했다. 대신 집에서 거울을 보면서 매일 1백번 정도 스윙연습을 했다. "4월에 첫 라운드를 나갔는데 드라이버샷 거리가 예전보다 더 나더군요. 물론 라운드를 많이 하지 못해 쇼트게임 감각은 떨어졌지만 샷은 더 좋아졌어요. 볼 없이 하는 스윙연습을 권하고 싶습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