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시작된 은행들의 펀드 수탁업무 거부 사태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만일 오는 7월4일 이후에도 은행들이 펀드 수탁을 거부할 경우 투신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주식형 및 혼합형 펀드를 판매할 수 없게 돼 상당한 혼란이 우려된다. 은행들은 지난 21일 관련부서장 회의를 열고 펀드 수탁업무 재개방안에 대해 협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금융감독원과 협의를 좀 더 진행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은행들은 자산운용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수탁업무를 재개해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공감했지만, 간접투자 자산운용법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탁업무를 취급할 경우 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들어 수탁업무 재개에 합의하지 못했다. 일부 은행들은 금감원에 '법을 위반하면서 일시적으로나마 수탁업무를 취급해도 되는지 여부'에 대해 질의서를 보낸 뒤 금감원의 답신을 토대로 수탁업무 재개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은행들이 수탁업무를 거부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자산운용법 시행령에 규정된 '미수금 우선충당' 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은 펀드가 편입하고 있는 주식이 이익을 실현하지 못한 채 해산하거나 환매될 경우 앞으로 발생할 이익(미수금)을 수탁 은행들이 우선적으로 충당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주식배당금이 5∼6월께 지급되는 12월 결산법인의 주식을 편입한 펀드가 2월이나 3월에 해산할 경우 예정된 배당금을 은행들이 고유계정에서 미리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법률상 고유계정과 신탁계정의 자금편출입이 금지돼 있는데다 △만일 예정된 배당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은행들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아예 수탁업무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자산운용법 시행령이 공표된 지난 4월23일부터 주식형 및 혼합형 신규 펀드의 수탁을 거부하고 있다. 은행들의 수탁 거부 사태가 7월4일 이후까지 지속될 경우 자산운용사들은 주식을 편입하는 펀드를 팔 수 없게 된다. 7월4일까지는 종전 규정에 의한 펀드를 팔 수 있지만 이후부터는 자산운용법에 따른 펀드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 판매는 수탁은행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자산운용법 시행령을 개정하든지 법 위반에 대한 면책을 문서로 보장하지 않는 한 수탁업무를 재개할 수 없다는게 은행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