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6년제'를 놓고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던 약사와 한의사 간 갈등이 일단락됐다. 21일 한의사협회와 약사회는 복지부가 추진 중인 약대 6년제 개편안에 전격 합의했다. 약사법에 한약사와 약사 역할을 명백하게 구분한다는 게 전제다. 이번 합의는 그러나 또다른 갈등을 싹틔우고 있다. 약대 6년제에 대해 의사협회가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6년제에서 배제된 한약사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한약사회 주장에는 일견 타당성이 있다. 사실 이번 합의의 주 내용이 한약은 한약사가 다룬다는 내용인데도 한약사계는 관련 공청회에서부터 아예 따돌림을 당했다. 안그래도 한의계와 약계의 '서자'취급을 당해온 이들 한약사는 복지부 등 인터넷 게시판에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언제부터 한의사가 한약사를 걱정해줬습니까." "한약사 운명을 왜 남들이 좌지우지합니까." 90년대 초 '한약분쟁'의 산물로 만들어진 한약사 제도는 숱한 미비점을 안고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예컨대 의료법에는 한의사 처방전 발행 조항이 없는데도 약사법에는 한의사 처방에 의한 조제를 의무로 정한 모순으로 한약국이 행정처분을 받기도 한다. 또 고작 1백가지 처방에 한해서만 한약사들이 한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한약사들의 운신의 폭을 지나치게 제한해 놓았다. 이에 한약사회나 한약학과 학생들은 "복지부가 한약사를 고사시키려 한다"며 "한약학과 6년제가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관철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도 "약대 6년제는 약사가 의사노릇 하려는 속셈"이라며 "의료계 합의없는 약대 6년제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반발,자칫 범 의료계 갈등으로 확전될 우려마저 있다. '약대 6년제'를 둘러싼 양보없는 대치는 결국 이해당사자들의 철저한 '영역다툼'에 다름아니다. '선생님'이라 불리며 존경받아온 이들 사회적 강자가 벌이는 이전투구는 보기에도 썩 아름답지 않다. 복지부 또한 주무 부처로서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을 공정하게 조정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김혜수 사회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