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공개 시스템 운영체제(OS)인 리눅스 시장에서 한국이 크게 뒤쳐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공개 소프트웨어(SW)를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그동안 쌓인 인프라나 기술이 워낙 열악한데다 국내 대기업들은 아직도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고 있다. 뒤늦게 리눅스에 관심을 돌린 일부 시스템통합(SI)업체들도 최근 레드햇 노벨수세리눅스 등 외국 업체들과 손잡고 있는 실정이라 자칫 국내 리눅스 산업이 외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본 중국 등이 정부와 민간 주도로 리눅스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어 자칫 한국만 "동아시아의 리눅스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리눅스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IDC에 따르면 세계 OS시장에서 리눅스의 점유율은 2002년 23.1%에서 2007년 32.3%로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의 점유율은 2005년 60.5%까지 올랐다가 2007년엔 58.8%로 낮아질 전망이다. 리눅스 전망이 밝아지면서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이 포럼을 여는 등 뒤늦게 리눅스 산업 육성을 모색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오는 2007년까지 한국형 플랫폼과 솔루션 등을 개발하는 등 공개 소프트웨어 활성화를 위해 2백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연간 수백억원을 리눅스에 쏟아붓고 있는 중국 일본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중국은 2백만카피 이상의 리눅스 배포본을 전국에 보급키로 했고 2010년까지 정부용 하드웨어에는 리눅스를 포함한 자국산 OS와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베이징시 정부의 소프트웨어 구매사업에서도 국영 리눅스업체인 홍기 리눅스가 선정됐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정부의 공개 소프트웨어 지원 예산이 10억엔에 달했다. 또 NEC가 내년까지 리눅스 전문 인력을 3천명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민간업계의 의지도 강하다. 박상현 한컴리눅스 사장은 "중국 일본에선 민간기업들이 핵심 요소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나 대기업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며 "국내에서 리눅스가 자생하기 위해선 민간 위주의 기술개발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리눅스 활성화 움직임은 미미하다. IBM HP 등 글로벌 기업들은 MS에 대항하기 위해 이미 3∼4년 전부터 리눅스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해오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그 동안 수십개에 달했던 '토종' 리눅스 업체들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꿨고 한컴리눅스 와우리눅스 등이 근근이 버티고 있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가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제휴하고 리눅스 기반의 솔루션을 개발키로 해 주목받고 있다. 기술 기반이 약한 SI업체들은 외국 업체들과 손을 잡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 2001년 일본 리눅스 업체와 합작으로 세운 터보리눅스코리아에서 손을 떼고 최근 리눅스 시장의 '일인자'인 미국 레드햇과 제휴했다. 포스데이타는 노벨수세리눅스와 함께 사업을 추진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제2의 MS'로 불리는 레드햇 등 외국 리눅스업체에 종속당할 수 있다"며 "리눅스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과감하게 투자하고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