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배심 증언이 예정되어 있던 1998년 8월15일 토요일 아침,고통 속에 뜬눈으로 밤을 새운 나는 힐러리를 깨워서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힐러리는 복부를 강타당한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 지난 1월 왜 거짓말을 했느냐며 화를 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자서전 '빌 클린턴의 마이 라이프'(정영목·이순희 옮김,물푸레,전2권,각권 1만6천5백원)에서 고백한 '르윈스키 스캔들' 관련 대목이다. 그날 이후 두 달 이상 그는 침실 옆에 붙은 작은 방의 소파에서 잤다고 밝혔다. '읽을 거리와 생각할 거리,일할 거리는 많았고 소파는 아주 편안했지만' 그는 '영원히 그곳을 침대로 삼고 싶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힐러리가 자서전 '살아 있는 역사'에서 '남편의 고백을 듣는 순간 목을 비틀고 싶었다'며 '그 후 얼마동안 애견 버디가 가족 중 유일하게 남편 곁을 지켰다'고 했던 바로 그 무렵 얘기다. 책에는 그가 연방대배심에서 '1996년에 몇 번,1997년에 한 번'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가 포함된 그릇된 행동을 했다고 시인한 내용이 그대로 실려 있다. 그러나 그는 탄핵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공화당이 이를 교묘하게 '음란 영화'로 만들어 공격했다는 것이다. 그의 자서전은 22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한국어판은 1차로 1권(6백51쪽)이 나오고 2권(7백30쪽)은 7월7일 출간될 예정이다. 1권에는 클린턴의 어린시절부터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그 이후 과정은 2권에 담겨 있다. 그가 태어나기 직전 교통사고로 숨진 친아버지,폭력적이며 알코올 중독자였던 계부 밑에서의 유년시절 등이 묘사돼 있다. 43%의 지지로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그가 경제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는 당선되자마자 '경제에 레이저 빔처럼 초점을 맞추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제일 먼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만났고 각료도 재무장관 등 경제팀부터 선정했다. 주요 경제관료 임명이 끝나고 이틀간의 경제 정상회의를 연 뒤 그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 우선순위 1번이라는 합의를 도출했다. 통화침투설에 따른 경제로부터 투자와 성장의 경제로 확실한 방향을 설정했다. 외교 관계를 다룬 대목에서는 한국 방문 얘기도 나온다. 비무장지대의 북한 병사를 바라보기도 하고 영빈관 실내 수영장에서 음악에 맞춰 헤엄 치던 일 등이 담겨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