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자동차 업계의 빅뉴스는 닛산자동차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닛산차는 지난 99년까지만 하더라도 부도 직전의 상황에 몰렸던 회사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1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를 경악시켰다.


부활의 과정에는 르노자동차가 배출한 카를로스 곤이라는 걸출한 최고경영자(CEO)와 더불어 닛산자동차 노조의 대변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99년 10월 일본의 닛산자동차 이사회는 5개 공장의 폐쇄와 2만1천명의 종업원 감축을 주된 내용으로 한 '닛산 재생계획(NRPㆍNissan Revival Plan)'을 통과시켰다.


제조라인 4천명, 국내판매직 6천5백명, 일반관리 6천명 등 매머드급 구조조정을 통해 종업원 숫자를 14만8천명에서 12만7천명으로 줄이겠다는 회사측 방침에 대해 닛산자동차 노조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일단 노조는 회사의 방침을 수용하는 대신 '근로자의 이동과 노동조건에 관한 노사전문위원회'를 설치, 4년간에 걸쳐 종업원을 서서히 줄이는 방향으로 사측과 타협을 보았다.


이 위원회는 조합원과의 3차례에 걸친 개별면담을 통해 폐쇄되는 공장 직원들의 전근 희망을 조사하고 이동계획을 면밀히 수립했다.


기능전환 교육의 실시와 전근에 따른 주거비 지원도 이뤄졌다.


회사측도 자연퇴직과 선택정년제 실시, 채용억제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희망퇴직도 물론 포함됐다.


이 결과 닛산은 대규모 인원삭감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2002년 초 닛산자동차는 당초 계획보다 1년 빠른 2001년 NRP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선언했다.


2002년 춘투(春鬪) 1차 교섭에서 닛산자동차 노조는 실적개선에 따른 조합원의 강한 분배욕구를 반영, 기본급 1천엔 인상을 포함한 7천엔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곤 사장은 "실적호전이 반드시 기본급 인상의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조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노조도 경영진의 의사를 존중, 2차 교섭에서 태도를 1백80도 바꿨다.


기본급 얘기를 철회하는 대신 NRP에 이은 '닛산 180'을 노사가 의기투합해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닛산 180'은 2004년 말까지 전 세계 판매대수 1백만대 증가와 8%의 영업이익률 실현,부채에 따른 금융비용을 '제로'로 만들자는 새로운 사업계획.


곤 사장은 노조의 태도변화에 화답이라도 하듯 오히려 1차교섭 때 노조가 요구한 기본급 인상을 전격 수용, 단 2차례 교섭만에 춘투를 마무리지었다.


노사 화합은 무서운 기세로 회사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그 해 닛산자동차는 업계 최고 수준인 1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한국자동차협회 관계자는 "닛산의 부활은 곤이라는 최고 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노조집행부의 노사협력적 신념이 일궈낸 시너지 효과"라고 평가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