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간 지속된 병원노조 파업사태가 극적으로 타결됨에 따라 다른 사업장 노사협상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노사협상의 최대 쟁점인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병원노사 합의는 현재 이 문제를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노동계와 재계에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노조가 파업을 강행했지만 수술실 응급실 등 필수사업부분에 대해서는 진료공백을 최소화해 합리적 노사관계 정착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다른 사업장에 긍정적 영향=올해 병원협상은 쟁점인 주5일 근무제가 포함되면서 하투의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 만큼 병원노사의 합의안은 노동계와 재계의 가이드라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주5일 근무제와 관련,병원노사의 타결은 다른 사업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노총과 경총 등 노사단체들이 병원노사협상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하며 서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타결되도록 유도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번 병원협상은 노동계와 재계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실제로 노사 양측은 지난 10일 파업 이후 매일같이 밤샘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0일 교섭에서는 직권중재에 회부하겠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경고에도 불구,양측의 입장고수로 교섭이 결렬되기도 했다. 그러나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며 합의를 이뤄냄에 따라 올해 노사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달라진 투쟁방식=올해 병원파업의 가장 큰 특징은 '파괴적' 노동운동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예년의 경우 병원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병원로비는 난장판이 되고 환자진료도 큰 차질을 빚기 일쑤였으나 이러한 관행이 거의 자취를 감춘 것이다. 비록 장기간 파업으로 인해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은 사실이나 파업양태가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병원파업이 달라진 데는 여러 요인을 꼽을 수 있다. 노조가 필수업무에 대해선 정상업무를 한다는 조건부 파업을 중노위에 약속,파업수위를 조절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또 병원파업을 직권중재에 회부하지 않고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노사자율타결을 유도한 것도 파국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병원사업장은 현행 직권중재에 회부할 수 있는 필수공익사업장에 포함돼 있어 오히려 노사분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에서도 선진노사관계법·제도 개선방안에 병원을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제외시킬 것을 검토중이다. 여기에 투쟁중심에서 실리중심으로 바뀐 노동운동 방식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