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중국공장 건립에 유보 또는 반대의사를 밝혀오던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중국 진출을 승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공장 설립방안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몇 가지 문제들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비메모리사업 매각과 지속적인 수익력 확대로 하이닉스의 현금흐름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22일 "다음달 중 비메모리사업 매각이 최종 완료되면 중국공장 설립건을 다시 채권단 전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라며 "채권단 내부기류에 비춰볼 때 하이닉스의 중국 진출을 조건부로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승인 조건으로 △중국공장 합작파트너인 ST마이크로가 신뢰할 만한 투자방침을 밝히고 △중국 정부 측이 현지 자금지원 일정을 투명하게 제시하고 △국내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등의 세가지를 들었다. ◆ 탄력받는 중국공장 설립 이 가운데 ST마이크로 건의 경우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카를로 보조티 부사장이 최근 내한해 하이닉스와 일부 채권은행들을 잇따라 방문, 적극적인 투자의지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ST마이크로 측은 하이닉스의 중국공장에 현금 5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하이닉스 본사의 경영에는 전혀 관여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10억달러 이상으로 잡혀 있는 중국 현지 금융기관들의 자금지원 역시 중국 당국으로부터 '책임있는 확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은 국내 채권단의 추가지원 불가방침과 맞물려 있는 것인 만큼 중국 측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한다면 국내 은행들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엘피다메모리의 상계관세 부과요청으로 중국 생산기지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채권단 입장을 돌아서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기록적인 영업실적 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에 2천9백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데 이어 2분기에도 3천5백억원 규모의 사상 최대 분기별 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에 5억달러의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탄탄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영업이익만으로 총 투자비(1조4천억원)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메모리사업 매각으로 5천억원 이상의 현금 유입도 앞두고 있어 단기적인 유동성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3백mm 웨이퍼 생산을 위탁하기 위한 대만 프로모스사와의 제휴도 빠르면 다음달 초에 성사될 것으로 알려져 올 하반기 매출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