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성문(聲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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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목소리가 다른 고유의 주파수 파형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성문(聲紋)이라고 한다.
복잡한 무늬모양을 그리는 파형은 지문처럼 한 사람도 같지 않아 목소리의 주인공을 쉽게 가려낼 수 있다고 한다.
음성변조로 사람을 속이려 해도 이는 음역만이 높고 낮게 변하기 때문에 성문분석으로 원래 목소리를 쉽게 가릴 수 있는 것이다.
지문보다는 훨씬 늦은 1962년 미국의 벨연구소에 의해 개발된 성문은 주로 범죄수사에 활용되고 있다.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메시지를 발표했을 때 미중앙정보국(CIA)은 성문분석을 통해 본인임을 확인했고,이라크전 이후 후세인의 육성테이프 역시 동일인임을 확인하는 데 과학적인 성문기법이 사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적인 사건으로 성문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대업의 병역의혹 테이프사건''지역감정을 유발한 부산의 초원 복집사건' 등이 성문분석을 통해 진위가 가려지고 참석자들이 확인됐다.
성문이 비단 범죄수사에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보안설비,원격접속 인증시스템 등의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는가 하면 얼마전 상지대 부속 한방병원에서는 음성인식을 통해 개인의 체질을 진단하는 '사상체질음성분석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제는 성문이 심리분석에도 원용되고 있는데 엊그제 이라크에서 무장세력들에 억류된 김선일씨의 절규도 음성분석 결과 극도의 긴장과 탈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에밀레종 소리를 복원한 숭실대 배명진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를 분석해 화제가 되고 있다.
탄핵기각과 열린우리당의 총선승리 이후 노 대통령의 목소리에 인자하고 부드러운 느낌은 줄어들고 근엄함과 하소연은 더욱 늘어났다는 것이다.
인체무늬의 하나인 성문은 지문과 달리 음성인식 컴퓨터,대화형 로봇,자동차내비게이션시스템,대화형 자판기 등 그 응용범위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인간의 편의생활을 도우면서 범죄도 줄이는 성문이야말로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 생각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