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병원들이 장기파업으로 의료서비스에 큰 차질을 빚어 환자들과 가족들의 원성을 들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 지방병원이 자율적 노사합의를 이뤄내 정부로부터 인센티브까지 지원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의료원은 최근 지방 공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40시간 근무, 생리휴가 무급화, 월차휴가 폐지 등에 대한 노사합의를 자율적으로 이끌어내 행자부로부터 10억원의 포상재정지원(인센티브)을 받았다. 이 병원의 노사화합과 경영성과는 이동구 원장(59)의 리더십과 직원(조합원)들의 '병원 살리기' 운동이 맺은 결실이다. 이 원장은 지난 98년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병원을 맡아 직원들에게 봉급의 절반을 반납하도록 설득하는 한편 은행이나 보험회사처럼 고객을 찾아나서는 등 경영혁신에 매진했다. 이 원장은 "의사와 직원들이 원장의 경영비전을 믿고 열심히 최선을 다했으며, 정성껏 서비스를 잘 한다는 소문이 나자 환자가 늘어나면서 경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장기불황여파로 경영여건이 나빠지자 직원들이 휴가 수당을 자진 반납하는 등 노사가 힘을 합쳐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결과 흑자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올들어 비정규직 처우개선문제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심각해졌지만 이 병원의 노사는 차분하게 문제를 풀어냈다. 이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향후 경영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되면 정규직 전환 직원들을 먼저 해고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지난해에는 단체협상에 관한 모든 사항은 병원에 위임한다는 내용의 노사평화선언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뤄내 노동부로부터 신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구의료원은 이번에 행자부로부터 지원받은 10억원에다 병원 자금 10억원을 보태 협소한 건강검진센터를 병원 앞마당에 새로 지어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