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비틀거리고 있다. 내수 침체로 중소기업과 소호(SOHO.개인기업) 대출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데다 금융감독원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로 자금부담이 늘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대표주인 국민은행은 22일 1.49% 하락한 3만3천1백원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에는 3만2천1백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로 주저앉기도 했다. 올 1월 5만원대에 거래되던 것에 비하면 30% 이상 내린 수준이다. 신한지주도 지난 2월16일 2만3천6백원에서 이날 현재 1만6천50원으로 32%나 떨어졌다. 우리금융도 연중최고가(9천5백40원) 대비 28% 떨어진 6천9백원에 장을 마쳤다. 이같은 간판종목들의 주가 부진을 반영,은행업종지수는 작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위험부담 증가 은행주 약세의 주된 원인은 무엇보다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중소기업의 부실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의 중소기업 연체비율은 작년말 2.1%에서 지난 4월말 현재 3.0%로 0.9%포인트 높아졌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과 조흥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이 4% 이상으로 다른 은행에 비해 높은 편이다. 백동호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들이 중소기업 대출금의 부실화에 대한 우려로 조정을 받고 있다"며 "당초 예상보다 경기회복 시점이 늦어지면서 주가에 뚜렷한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소호 대출에서도 '경고'사인이 나오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이날 국민은행에 대해 "중소기업 특히 소호 연체율이 은행평균보다 높다"며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43.1% 낮춘다"고 밝혔다. 은행별 소호 대출 비중은 국민·우리·부산·대구은행이 40% 이상으로 은행평균(작년말 기준 37.6%)을 웃돌고 있다. 여기에 금감원의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가 실적개선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화증권은 강화된 충당금 기준에 따라 주요 은행들이 추가로 쌓아야하는 충당금이 국민·우리·신한·기업·외환 등 5개 은행만 해도 5천2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악재를 의식,외국인들은 은행주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지난 5월까지 매달 은행주를 순매수하는 적극적인 모습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이날까지 3백억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했다. ◆그래도 주가는 싸다 그러나 낙관론도 없진 않다. 은행주의 주가 급락으로 실적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배경이다. 실제 은행주의 주가 평가척도인 PBR(주가순자산가치)가 1배에도 못미치는 은행주가 대부분이다. 또 중소기업 신용 위험도 구조적이라기보다는 경기순환상의 문제로 감내할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준재 동원증권 연구원은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과도하게 주가에 반영된 것 같다"며 "이같은 우려가 실제 은행의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원증권은 이에 따라 은행주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