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2일부터 한 달 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까르푸 월마트 등 5대 할인점에 대해 일제히 직권현장조사에 들어감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가 할인점과 백화점 등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행위조사를 벌인 것은 여러번 있으나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직권조사에 들어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할인점들은 이번 조사가 최근 불거진 할인점과 납품업체간 분쟁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자체적으로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자칫 불똥이 튈 경우 공신력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긴장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일부에서는 단순조사가 아니라 불공정행위를 색출하는 기획성 사정조사로 보고 있다. 공정위 직원들은 조사 첫날인 22일 이마트 서울 가양점, 홈플러스 부천상동점, 롯데마트 분당 서현점 등을 조사했다. 3∼4명이 한 조를 이룬 공정위 조사직원들은 할인점 관계자들을 불러 납품가격 리스트와 판촉비 명부, 수수료 수수현황 등 자료를 요구하며 증거수집에 집중했다. 일부 점포에서는 공정위 직원이 떴다는 소문에 직원들이 매장에 내려가 일일이 확인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매년 실시해온 정기조사는 미리 공문을 발송하고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예고없이 점포에 들러 조사해 갔다"고 말했다. 그는 "정기조사는 2주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는 한 달 동안 광범위하게 조사한다고 해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공정위 직권조사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유통업체와 납품ㆍ입점업체간 분쟁이 시장질서를 흐리고 소비자들을 불안케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독 유통업체에 초점을 맞춘 것은 유통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풀무원과 CJ가 까르푸 매장에서 철수한 분쟁사례도 직권조사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납품업체들은 이번 조사를 통해 무리한 납품가 인하요구 사례와 판촉행사비용 부담, 과도한 할인행사 요구, 판매장려금지원 등과 같은 불공정행위가 철저히 가려지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납품가 인하 강요의 원인이 되는 할인점의 '최저가격 보상제'도 이번 기회에 불공정행위로 판단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 납품업체 관계자들은 공정위가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조사했으나 개선은 속시원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직권조사 결과, 문제가 발견됐다 하더라도 피해자인 납품업체가 조사에 응할 수 있겠느냐며 시큰둥해 하기도 했다. 조사대상에 오를 경우 할인점과 맞붙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럴 납품업체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고기완ㆍ장규호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