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 납치사건이 23일 '피살'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자 정치인들의 경솔한 언행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석방을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되지만 "부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낙관론을 내놓아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김씨의 피살 소식에 열린우리당 김성곤 윤호중 의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전날만 해도 두 의원은 "김씨가 살아있다"며 무사귀환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전날 '이라크 종교계 인사들로부터 김씨가 살아있음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e메일을 공개했던 김 의원은 "지난 4월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다 풀려난 일본인들과 달리 김씨는 미군 군납업체의 직원이었다는 점이 협상에 걸림돌이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역시 전날 현지 소식통의 말을 빌려 "살해되지 않을 분위기"라고 말했던 윤 의원도 "그쪽(현지 소식통)에서도 많이 놀라고 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그는 "현지의 희망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갑작스럽게 살해당한 것은 무장단체가 과격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결과적으로 제가 경솔한 사람이 됐다"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