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요즘처럼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월드컵 공동 개최를 계기로 양국간 교류가 활발해진데다, 올들어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붐'이 일고 있다. TV와 신문엔 매일 한국(북한 포함)뉴스가 나온다. TV드라마 '겨울연가'의 배용준을 비롯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등 영화 주인공들은 주간지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일본에 오래 산 교포나 한국전문가들은 '한류 열풍'을 일회성 유행으로 판단했으나,이젠 사회현상으로 뿌리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드라마에서 시작된 관심이 한국음식 한국역사 등 문화 전반으로 확산중이다. 그러나 대중문화를 빼면 일본에서 접하는 한국소식은 우울한 소식이 대부분이다. 탄핵정국 총선 재보선 등 일련의 뉴스를 접한 일본인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국정치는 한치앞을 예측키 어렵다는 것이다. 23일 새벽 일본인들은 무장 테러단체에 납치됐던 김선일씨 피살 소식에 또한번 놀랐다. 22일 밤만 해도 한국 정부나 한국 언론을 통해 무장단체가 처형 시한을 연장,김씨가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뉴스를 들었기 때문이다. 몇시간 사이에 사태가 급반전된 배경에 대해 어리둥절해했다. 이날 새벽부터 NHK 등 방송은 중요 뉴스로 김씨의 피살 소식과 대통령 담화문,이라크 파병 재확인 등을 신중하게 보도했다. 해설성 뉴스는 파병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정부 여당이 정국 운영에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게 전부였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일본인 지인들로부터도 '가슴 아프다'는 인사를 받았지만,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일본에 정통한 Y대학의 한국인 교수는 "일본인을 납치했던 테러단체와 다른 조직이라고 하지만,한국정부가 정보력 부족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협상창구를 못찾은 것같다"고 지적했다. 한국관련 정치 사회 뉴스도 대중문화만큼 밝은 소식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