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3년반 만에 가장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향후 6개월 내 자동차 구매계획이 있는 가구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당분간 내수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23일 전국 30개 도시 2천5백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ㆍ4분기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생활형편을 6개월 전과 비교한 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가 69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 4ㆍ4분기(CSI 6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6개월 뒤 생활형편 전망 CSI와 경기전망 CSI는 각각 80과 64를 기록, 역시 3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한은은 향후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표적 내구소비재인 승용차를 6개월 내 구매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가구는 전체의 3%로 전분기(5%)보다 2%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승용차 구매 CSI는 7로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3ㆍ4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의류비 교육비 외식비 구매지수도 대부분 전분기에 비해 하락, 내수침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별로는 월소득 3백만원 이상 고소득 계층의 소비지출전망 CSI가 121에서 109로 12포인트 하락, 가장 크게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고소득층 소비지출전망 CSI 하락폭이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큰 것은 소비심리 위축이 고소득층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날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 소비 회복속도가 더뎌짐에 따라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지난 4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1.8%로 예상했지만 이를 0.6%로 낮춰잡았다. 연간 5% 증가율을 예상했던 설비투자도 2.2%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5.0%에서 4%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수출호조에 힘입어 상반기 성장률이 5.6%에 이르고 연간 경상수지 흑자도 1백38억달러에서 1백88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5.0%를 그대로 유지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박승 총재 주재로 대학 교수, 연구기관 장 등과 경제동향간담회를 열고 경제난 해결을 위해선 기업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투자활성화를 위해 기업투자와 관련된 모든 규제를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