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가 이라크 테러단체에 납치된뒤 끝내 주검으로 발견될 때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최대 의혹의 하나인 "엇갈리는 납치일"(5월 31일 또는 6월 17일)외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이라크 북부 모술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대측으로부터 김씨의 실종사실을 지난 16∼17일께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된 외교부의 공식 입장은 21일 오전 4시40분 주 카타르대사관으로부터 전문을 받고서야 피랍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것이다. 김 사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미군이 최소 4∼5일 간 김씨의 피랍 정보를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 않은 셈이다. 이와 관련,국방부 관계자는 "바그다드 주둔 미군사령부도 몰랐으며 사령부에 파견된 한국군 장교들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도 "외교부 북미국장이 주한 미대사관에 확인해보니 대사관 직원도 CNN을 통해 (김씨 납치사실을) 알았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몇가지 가설로 풀이할 수 있다. 첫째 모술에 주둔한 미군부대가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나머지 상급부대에 보고하지 않았을 수 있다. 둘째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부와 미 국방부가 보고를 받았지만 한국군의 파병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정보 제공을 꺼렸을 수 있다. 셋째 김씨 납치사실이 미국 정부를 거쳐 한국 정부에 알려졌는데도 정부가 파병 등 미묘한 사안을 감안해 발표를 늦췄을 가능성 등이다. 사설 경호업체가 김씨를 납치한 테러단체와 협상을 벌이게 된 배경도 아리송하다. 이라크에 진출한 한국 민간 경호업체인 NKTS의 현지 파트너인 오베이디씨는 23일 MBC라디오에 출연, "한국대사관에서 나온 사람의 부탁을 받고 접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오베이디씨에게 협상 채널을 열어달라고 정말 부탁한 것인지에 대한 확인조차 꺼리고 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