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30일 개봉 '인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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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도시 처녀 나영은 우연한 계기로 주근깨 투성이의 섬마을 처녀 연순과 만난다.
두 사람은 사뭇 다른 이미지이지만 분명 동일인(전도연)이 연기하고 있다.
나영은 현실 속 인물이며 해녀 연순은 나영 어머니(고두심)의 젊은 시절 모습이다.
모녀가 세대를 초월해 같은 공간에 놓여 있다.
박흥식 감독의 로맨틱 판타지 '인어공주'는 딸이 타임머신을 타고 어머니의 과거로 여행함으로써 모녀간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현실에서 모녀는 갈등한다.
때밀이 어머니의 행동이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예의라곤 터럭만치도 없고 오로지 돈만 밝히는 여인네다.
여린 심성의 아버지를 윽박지르는 어머니의 모습에서는 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청춘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판타지공간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세상은 딴판이다.
괄시받는 아버지는 존경의 대상이고 어머니는 온 몸으로 사랑을 관철하는 순정파 처녀다.
어머니의 현재 모습은 가족의 안위를 위해 억척스럽게 세상과 맞선 결과였다.
모녀간의 깊은 골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 속에서 차츰 좁혀진다.
현실과 환상을 이어주는 끈은 물이다.
바다에서 해녀로 일했던 어머니가 이제는 목욕탕에서 때밀이 노릇을 한다.
삶의 터전이 바다에서 목욕탕으로 바뀜에 따라 인성도 그만큼 변했음을 암시한다.
바다는 온갖 생명이 숨쉬는 맑은 세상이지만 목욕탕은 사람들의 때가 남는 더러운 세계이다.
이 영화는 1인 2역의 작품들이 안고 있는 위험성을 극복했다.
전도연이 두 캐릭터(연순과 나영)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연기하고 있는데다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두 사람(한 명은 가짜)을 한 공간에 어색하지 않게 배치했다.
동일한 배우가 모녀를 연기하는 설정은 서로의 동질성을 강화하는 장치다.
모녀의 심성이 하나라고 은연중에 암시함에 따라 결국 딸이 자신의 미래로 어머니를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현실 속 인물이 과거의 공간에 뛰어들어 대화하는 구조는 관객들로 하여금 부담없이 영화를 즐기도록 해준다.
과거와 현재의 소통을 다뤘던 판타지멜로 '동감'과 '시월애'에서 무선 송신기와 편지를 매개수단으로 연인들이 짧은 만남을 가졌을 때 관객들은 가슴속에 해소되지 않은 앙금을 지닌 채 극장 밖으로 나와야 했다.
30일 개봉,전체.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