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누군가로부터 너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화장품회사인 로레알코리아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이 공동 제정한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기술진흥상을 24일 수상한 나도선 울산대 의대 교수(55)는 "학창시절부터 여자이기 때문에 포기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이 상은 2002년에 제정된 로레알 여성생명과학상을 확대한 것으로,나 교수는 척박했던 국내 여성 과학기술계를 개척하며 여성 과학기술인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나 교수는 여성 최초로 과학기술분야 학회(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과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를 창립했다. 여성 과학기술인력의 사회 진출을 돕는 데 앞장서 온 것이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 85년 귀국해 보니 정말 일할 곳이 없었어요. 아무리 유능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력서가 쓰레기통에 던져지던 그런 시절이었지요." 나 교수는 "당시 여성 불모지였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유전공학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던 한문희 박사가 연구원으로 채용해 준 것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유향숙 박사 등 그 때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여성 과학기술계를 위해 지금까지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 정말 다행스럽다"는 설명이다. 나 교수는 "여성 과학기술자에 대한 대우가 예전과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여성을 위한 배려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하고 "여성들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문화적 소양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문애리 덕성여대 약학대 교수가 젊은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약진상을,한문희 프로오젠 대표와 김숙희 한국식품영양재단 이사장은 공로상을 각각 받았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