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五歲庵' .. 김동근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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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dkkim1127@kicox.or.kr >
영화는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가끔은 우리가 나아갈 꿈과 희망의 길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얼마 전 '애니메이션의 칸'이라는 안시 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모처럼 가족과 함께 본 애니메이션 '오세암(五歲庵)'이 그렇다.
이 영화는 '좋은 영화'는 무엇인지에 대해,또 우리 민족에 대해 생각에 잠기게 했다.
오세암은 죽은 엄마를 찾아 앞을 못 보는 누나와 여행하는 다섯 살배기 '길손이'의 슬픈 이야기다.
한이 많은 우리네 정서로 보면 그렇고 그런 줄거리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인지 지난 해 5월 개봉된지 1∼2주 만에 조기 종영되고 말았다.
그런 흥행 실패작이 파란눈의 서양인들 가슴을 촉촉히 적셨다.
우리가 자주 보던 한국적인 풍경과 스토리를 가장 한국적인 색깔과 캐릭터로 그렸는데 왜 서양 사람들은 눈시울을 적시며 감동을 느꼈을까.
한국영화의 성장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올 들어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꿈 같은 1천만 관객을 연거푸 돌파하고,'사마리아'와 '올드보이'가 베를린과 칸 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과 심사위원대상을 받아 겹경사가 났다.
아시아를 휩쓰는 한류(韓流) 열풍은 일본 평정에 이어 아랍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반도체나 자동차 선박이 아닌 우리의 영화 드라마 노래가 이렇게 되리라 생각했던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세계인들이 이처럼 '메이드 인 코리아' 문화에 찬사와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온갖 자극적이고 현란한 영상에 젖어있던 그들에게 마음 속 깊이 가려졌던 꿈과 희망의 이미지를 보여줬기 때문은 아닐까.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만연된 서구사회이기에 동양적인 가치,그 중에서도 한국의 문화에서 그런 소중함을 찾았을 것이다.
나아가 오리엔탈의 가치를 공유하는 아시아인들도 한국의 이미지를 동경하고 있다.
관객 동원에는 실패했지만 오세암은 그 비결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영화'다.
할리우드를 모방하지 않는 독창성과 차별성 때문이다.
우리 영화가 나아갈 길은 가장 한국적인 게 바로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다.
그 저력은 5천년의 유구한 문화역사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를 가진 '좋은 민족'이란 자긍심에서 나올 터이다.
올 여름 극장가에 재개봉될 오세암이 흥행에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