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5:49
수정2006.04.02 05:52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공인(公人)을 평가하기 때문에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들에겐 단순한 보수주의 정치인일 뿐이다.
하지만 내게는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고 있었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리더십의 기술을 갖추고 있었던 인물로 기억돼 있다.
특히 리더십에 대한 그의 철학은 감탄할 만한 구석이 많다.
레이건정부에서 일하면서 그로부터 리더십의 조건을 몇가지 배웠다.
△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현상 유지'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분쟁,심지어 인기하락도 감수해야 한다.
지도자가 인기를 유지하려면 모든 이슈에서 중도만 유지하면 된다.
하지만 그러다간 여론을 이끌지 못하고 내내 수렴만 하게 된다.
새로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를 원한다면 현상유지를 원하는 사람들을 이간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레이건은 자신의 역할은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돕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몇가지 분명한 목표에 집중할 것=레이건의 목표는 공산주의 확산방지,세금부담 완화,정부규모 제한이었다.
그는 공산주의와 세금면에서 크게 성공했고 정부규모에서는 단지 추상적인 의미로서만 성공을 거뒀다.
군사력 증강 때문이긴 했지만 레이건 임기동안 연방정부의 힘은 매우 커졌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목표가 바람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레이건은 적어도 정부의 성격과 끝없는 복지확대에 대한 시각을 바꿔놨다.
△전문성과 리더십은 다르다=레이건은 전문가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능수능란한 사람이었다.
정치가로서 그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었고,여기에 극적인 연출력과 이따금씩 매력적인 기행을 가미했다.
레이건은 대통령이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통령은 단지 그들을 고용하기만 하면 된다.
△낙천주의자가 될 것=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지도자,국가,자기 자신을 신뢰하고 싶어한다.
대통령은 나라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그곳에 함께 가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하기만 하면 된다.
레이건이 앨라배마주에 있는 특수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 언어 장애아동이 질문을 했는데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보좌관들은 얼어붙고 교사들은 당황했다.
이때 레이건이 나섰다.
웃으면서 "미안합니다.
여러분 제가 보청기를 끼고 다니는 것 다들 아시죠? 망할놈의 보청기가 툭하면 기절을 한답니다.
보좌관을 그리로 보낼테니 다시 한번만 질문해주세요." 레이건은 아이를 부끄럽게 만드느니 차라리 자신의 핸디캡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타협할 줄 알아야=정치는 결과물을 보여줘야한다는 점에서 정치이론과 다르다.
중요한 것은 청렴결백이 아니라 이상을 실현할 줄 아는 능력이다.
레이건은 항상 이상과 실현 가능한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줄 알았다.
자신의 대의명분을 위해 과감한 기치를 내걸었지만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원칙을 전진시키기 위해 기꺼이 타협했다.
'전진'자체에 매달려 자신의 원칙과 타협하지만 않으면 된다.
레이건은 갔지만 그의 업적은 남아,정적(政敵)들은 분노하고 지지자들은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내 기억속에서 그는 항상 나의 첫번째이자 으뜸가는 보스로 남아 있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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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레이건정부에서 국가안보위원으로 일했던 프랭클린 L 라빈 싱가포르 주재 미국대사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