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선물 매매를 통해 증시를 주무르고 있는 것은 프로그램 매매라는 현물과 선물 시장의 '매개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개인은 하루 걸러 대량으로 선물을 순매수 또는 순매도하는 '단타성 매매'를 통해 프로그램 매수나 매도를 유발, 증시의 상승ㆍ하락폭을 확대시키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매매 이익을 늘리고 있다. 지난 21일이 대표적 경우다. 개인은 거래 시작과 함께 선물 매수 규모를 확대해 오전장 한때 5천계약까지 순매수했다. 이는 개장 후 2시간 만에 2천억원 상당의 프로그램 매수를 촉발시켜 종합주가지수를 20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때부터 개인은 3천계약 이상 선물을 팔면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 영향으로 종합주가지수는 보합권까지 밀렸다. 6월물 선물옵션 만기일 직후였던 지난 11일은 개인의 선물 매도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날이다. 개인은 장중 한때 8천계약에 달하는 선물 순매도를 통해 4천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물을 유발시켰다. 종합주가지수는 그날 4% 가까이 폭락했다. 주가가 바닥에 이르자 개인은 장 후반부터 싼 값에 선물을 사들이며 차익을 실현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지난 5월31일 이후 이런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개인이 선물을 사면 여지없이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돼 증시의 상승 탄력이 확대되고,선물을 팔면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나와 증시 낙폭이 과도해지는 것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개인의 선물 매매 집중력이 강화되면서 프로그램 매매를 유발하는 베이시스(선물에서 현물의 가격을 뺀 값) 움직임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권성일 제일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선물시장의 방향성을 주도했던 외국인마저 최근 들어서는 막강해진 개인의 선물 매매 동향을 보고 따라가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개인의 선물시장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개인의 선물 매매가 방향성 없이 하루 걸러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면서 선물시장은 물론 현물시장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증시의 심한 변동성은 현물시장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를 더욱 위축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권성일 연구원은 "증시가 개인의 선물 매매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다 보니 현물만 매매하는 개인은 극심한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최근 증시 거래대금이 급격히 줄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증권은 개인이 이달 들어 선물 거래를 통해 적어도 5백억∼6백억원가량의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말 이후~5월 중순의 단기 급락장에서 개인은 1천5백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아직 '본전'을 찾은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강하다. 이영 서울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서도 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일부 큰손은 이익을 봤겠지만 대부분의 소액 선물ㆍ옵션 투자자는 증시 변동성이 심해져 오히려 손해를 봤을 공산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