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링뎬(零点)이 최근 중국진출 외국기업들의 현지화 정도를 조사,분석한 '국별 외국기업 인식도'보고서를 내놨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우한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미국 유럽 일본 홍콩 대만 등 6개 지역 기업이 조사대상이었다. 해당 기업 직원 및 외부 소비자에게 기업문화 시장기여도 호감도 등을 물었다. 한국은 종합점수 3.21로 대만(3.00)과 함께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기업이 17.44로 가장 높았고 유럽(16.11), 일본(9.03), 홍콩(6.27) 등의 순이었다. 한국기업은 아직도 중국사회에 깊숙하게 파고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은 중국 직원들에게 적절한 일을 찾아주고, 업무자율권을 부여하는 데 약한 것으로 지적됐다. 중요 회사업무는 한국 직원들끼리만 상의하고, 중국 직원들은 배제된다는 얘기이다. 현지 직원에 대한 교육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상사들이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으로 일을 시켜 근무 분위기가 딱딱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특히 일부 중국 직원은 "한국인 상사가 자신을 깔보고 있다"는 불신감을 갖고 있었다. 중국인 직원들은 그러나 "한국인들은 생일날 케이크를 선물하거나 집들이를 하는 등 개인적으로는 매우 친절하다"는 반응이었다. 한국 기업인과는 인간적으로는 친해질 수 있지만 업무적으로는 벽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미국 유럽기업들은 발전가능성과 근무환경, 업무선택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중국 직원에게 충분한 자율권을 주고, 교육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돈이 전부는 아니었다. 급여수준이 높은 일본기업의 선호도가 미국 유럽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게 이를 말해준다. 현지화의 열쇠는 결국 중국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그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달려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중국진출 10년이 넘은 지금, 우리기업은 중국에서 어느 정도 현지화를 이루고 있는지 돌아볼 시점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