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 '쌓아둔 돈' 12조원 ‥ 안쓰고 안먹고 빚만 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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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이 씀씀이를 줄여 빚을 갚거나 저축을 늘려 지난 1ㆍ4분기(1∼3월)중 개인 부문의 자금잉여 규모가 5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기간중 기업들의 자금 부족액은 4년만에 가장 커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개인들이 1ㆍ4분기중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조달액)은 모두 5조1천4백9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7조8천억원 줄었다.
개인들이 이 기간중 예금 및 주식 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액)도 전분기보다 4조4천억원 감소한 17조4천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개인 부문의 자금 운용액에서 조달액을 뺀 자금 잉여는 12조3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조4천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는 지난 99년 1ㆍ4분기(16조2천억원) 이후 최고치다.
개인부문 자금 잉여는 금융자산 증가액에서 금융부채 증가액을 뺀 금액으로 개인들의 자금 여유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처럼 1ㆍ4분기 개인부문 자금 잉여가 늘어난 것은 가계가 그만큼 소비를 줄이고 빚을 갚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특히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금융 부채에 대한 금융자산 배율은 전분기 2.06배에서 2.08배로 높아져 3년만에 처음 상승세로 반전됐다.
가계부문과 달리 기업부문(특히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은 더 열악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부문은 1ㆍ4분기중 전분기보다 8조5천억원 가량 늘어난 24조4천억원을 금융 시장에서 조달했다.
그러나 빌린 돈과 시설 등에 투자한 돈을 제외한 운용액은 전분기보다 10조원 가까이 감소한 8조7천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조달액에서 운용액을 뺀 차액(자금 부족액)은 15조7천억원으로 2000년 1ㆍ4분기(15조9천억원) 이후 4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자금 부족액은 대개 내부 유보액이 부족하거나 신규 투자가 있을 때 늘어난다.
변기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금 부족은 내수 관련 중소기업들의 운전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부문은 작년 4ㆍ4분기 금융권 차입금을 5조6천억원 갚았지만 올 1ㆍ4분기엔 거꾸로 10조5천억원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부문 자금 부족액은 작년 1ㆍ4분기 15조1천억원을 기록한 이후 2ㆍ4분기 9조3천억, 3ㆍ4분기 5조9천억원으로 점차 줄다가 4ㆍ4분기에는 오히려 2조7천억원의 자금잉여를 나타냈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