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관련,외교통상부의 총체적인 무능력과 무사안일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만약 외교부가 김씨의 피랍사실 여부에 대한 AP통신의 확인 요청을 받은 뒤 현지 공관에 연락,적극적으로 사실 확인에 나섰다면 김씨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었다. 정부 차원의 조사결과 외교부 대응체계에 문제점이 확인될 경우 장관 경질 등 대규모 문책은 물론 외교부 조직 개혁 등 특단의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끊이지 않는 의혹=AP측은 △외교부의 한 공무원이 김씨 실종 여부에 대한 문의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김씨가 억류돼 있는지 여부도 분명하지 않아 이 테이프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김씨의 신원을 확인해줬다면 이 테이프를 AP텔레비전 뉴스(APTN)를 통해 즉시 방송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AP측은 김씨가 촬영된 비디오 테이프를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 외교부 공무원에게 언급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로인해 결과적으로 김씨의 죽음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AP측에 누구에게 문의했는지 등에 대해 사실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며 이같은 사실이 있었는지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AP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의를 받은 외교부 직원이 이를 묵살했거나 가볍게 생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부가 김씨의 피랍 사실을 정말 몰랐는지도 의문이다.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지난 6월 1일,7일,10일,16일 네차례에 걸쳐 주 이라크 대사관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봉길 외교부 대변인은 "김 사장이 업무협의를 위해 찾아왔지만 단 한번도 김씨 피랍사실을 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라크 카타르의 현지 교민들이 21일 알자지라 방송보도 이전에 주 카타르 대사관에 김씨 실종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하고 있어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민보호 소홀=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교부의 영사 업무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외교부가 김씨의 피랍사실 확인을 경시했다면 국민의 생명을 소홀히 했다는 측면에서 법적 윤리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외교부 내에서 영사업무의 비중이 낮게 여겨지는 것도 문제다. 외교부 관계자는 "재외국민영사국은 한직 부서라는 시각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영사업무를 한 사람이 2∼3년간 맡지만 외교부의 경우 1년마다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