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악화에 처한 기업이 거래처와의 대리점 계약을 합법적으로 종료했다고 해도 거래처의 사업을 극도로 위축시킨다면 불공정 거래행위로 봐야 한다는 첫 헌재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같은 사안에 대해 법원은 이날 반대의 판결을 내려 '공정거래법 위반기준'을 두고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상경 재판관)는 24일 "공정위가 현대오일뱅크의 계약갱신 거절에 대해 불공정 거래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며 인천정유가 제기한 공정위 처분 취소청구사건에서 "공정위는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공정위는 헌재 결정에 따라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다시 부과해야 하며 기업체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업계에선 그러나 "회사가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거래처와의 대리점 계약관계를 무리하게 유지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어긋나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헌재 결정을 받아들여 다시 후속조치를 취한다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인천정유의 전체 내수판매중 55% 가량을 현대오일뱅크가 맡아 왔다는 점, 현대오일뱅크가 업계 3위 업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대리점 계약이 해지될 경우 인천정유는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는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 제1호의 '거래거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대전고등법원 민사4부(재판장 김용헌)는 인천정유가 현대오일뱅크를 상대로 제기한 '대리점계약 존속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현대오일뱅크 손을 들어주는 '정반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대오일뱅크가 계약해지 의사를 90일 이전 서면통보한 만큼 법적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