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 피살로 외교력 부재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높은 상태에서 지난달말 김씨가 납치된 직후 심문을 받는 비디오 테이프마저 뒤늦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만약 AP통신 주장대로 외교통상부 공무원이 김씨의 피랍사실을 부인한 게 사실이라면 외교부는 사실상 국민의 생명을 돌보지 않은 셈이다. 이 경우 정부는 법률적 윤리적 측면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저녁 감사원에 대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정식 요청한 것도 현 상황을 제대로 돌파하지 못할 경우 정권 차원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에게 진실을 규명,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만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감사원의 중점 조사 대상은 외교부 본부 차원에서 초기 대응 잘못 유무에 있다. 누가 AP통신 기자의 전화를 받았고 이때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등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조사항목은 이라크 공관에서 교민 관리 실태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김씨가 납치된 뒤 20일동안 이 사실조차 알지 못한 이유와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피랍사실을 숨겨온 배경 등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주도하는 이번 조사에는 국가정보원 등 다른 부처도 함께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범 정부차원에서 진행되는 이번 조사에서 문제점이 명백하게 드러날 경우 외교부 장관의 경질과 관련자 중징계는 물론 외교부의 존립 근거조차 위협받을 수 있다. 외교부 조직개편의 필요성 대두와 함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청와대의 무능론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우려된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