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는 25일 '수도이전반대 범시민 궐기대회'를 오는 29일 개최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자료에 적힌 행사장소는 '시청 앞'.그러나 취재 결과 시의회가 경찰에 신고한 집회 장소는 시청앞 서울광장 인근의 '원구단'(조선호텔 옆)이었다. 당초 광장에서 예정된 대규모 집회의 장소가 행사 나흘을 앞두고 전격 변경된 것이다. 그럼 왜 서울광장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곳으로 장소를 옮겼을까. 속사정은 이렇다.서울시는 지금까지 '서울광장 사용·관리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광장에서의 정치적 집회나 시위는 일절 허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시는 지난달 20일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가 서울광장에서 가진 행사를 '문화행사를 가장한 시위'였다며 경찰에 고발까지 했다. 이런 자세를 취해온 서울시가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는 수도이전반대 관련행사를 시의회 요구대로 선뜻 허용할 경우 당장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시민단체 등이 '누구는 허가해주고 누구는 안해주냐'며 따질 경우 시로서는 할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원칙론만을 내세워 시 최고의결기관인 시의회가 주관하는 행사를 시가 무조건 불허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데 시의 고민이 있다. '원구단'카드는 이같은 고민 속에서 나온 고육지책인 셈이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현실적으로 원구단 지역은 시의회가 추정하는 3만여명의 행사 참가자들을 모두 수용하기가 불가능하다. 자연스럽게 인접한 서울광장을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 의회가 집회장소를 서울광장 대신 시청앞으로 두루뭉술하게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당하고 합법적인 집회를 하면서 장소 문제로 이처럼 '꼼수'까지 써야하는 지 시와 시의회는 곰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김철수 사회부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