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공사 발주방식을 바꿔야 건설산업이 크게 도약할 수 있습니다."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건설산업 혁신의 조건'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영국건설혁신센터 데니스 레너드 대표는 세미나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영국의 경험을 토대로 한 레너드 대표의 지론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도 발주방식을 바꾸는 데 진통을 겪었지만 변경후 효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레너드 대표는 전한다. 또 건설 발주방식에서도 혁신은 꼭 필요하다고 그는 단언했다. 그러면서 레너드 대표는 영국 건설공사 발주방식의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최저가 낙찰제를 실시하던 90년대만 해도 영국에서는 공사마다 목표금액의 40%를 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저가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인센티브 제도를 확대하고 발주자와 시공업체간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공발주 시스템 혁신을 통해 건설 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레너드 대표는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발주시스템 혁신 이후 원가부담은 20% 정도 줄어든 반면 공사기간은 오히려 30% 이상 단축된 사례는 한국에서도 참고할 만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레너드 대표는 "발주방식을 바꾸는 혁신을 정부가 주도해야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수의계약을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만 볼 게 아니라 능력있는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인센티브라고 여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혁신은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레너드씨가 대표로 있는 건설혁신센터는 올해초 설립됐다. 영국에서는 지난 98년부터 건설산업 구조개편론이 본격화됐는데 그동안 논의된 내용의 문제점을 개선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업계 및 정부를 대상으로 한 컨설팅과 사후 평가,모범 사례 전파 등의 업무도 한다. 레너드 대표는 "건설 재인식 운동 이후 공기단축과 사업비 절감이 이뤄지면서 발주자와 건설사가 상생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정부 등 발주자와 건설업계 간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산업의 비효율성을 제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건설업계의 50% 정도가 혁신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그 수는 점점 늘고 있다"면서 "혁신운동은 각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도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