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세계 초일류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의 비즈니스 출장은 일정이 빡빡하기 마련이다. 사업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가능하면 많은 사람과 만나야 한다. 때론 정치인과도 두터운 교분을 쌓아야 한다. 짧은 시간에 사업장이나 마케팅 현황을 꼼꼼히 챙겨야 함은 물론이다. 2박3일간 한국 방문일정을 마치고 25일 귀국한 릭 왜고너 GM 회장(51)은 세계 최대 기업의 CEO답게 눈코 뜰새없이 바빴다. 왜고너 회장은 지난 23일 오후 8시20분께 자가용 비행기로 중국 베이징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숙소인 힐튼호텔에 도착한 그는 짐도 풀지 않은채 곧바로 한국 일정 보고를 받았다. 다음날 오전 9시 GM대우 본사가 있는 부평공장에 도착한 왜고너 회장은 공장 라인을 둘러본 뒤 디자인 센터와 연구소를 꼼꼼히 챙겼다. 디자인 센터를 꼼꼼히 챙겨본 것은 GM대우의 소형차 개발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왜고너 회장은 이보운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을 따로 만나 "부평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가 한국 사업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점심은 GM 최고위 임원들과 GM대우 경영진이 참여한 가운데 부평공장 내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했다. 오후 1시30분부터 6시까지는 GM 최고위 임원들과 김포에서 자유로를 거쳐 임진각에 이르는 시승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판문점을 방문해 분단 상황을 체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왜고너 회장은 청와대를 방문하느라 이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오후 3시20분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과 함께 청와대를 예방한 왜고너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GM대우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며 한국 사업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힐튼호텔로 돌아온 그는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GM 최고회의인 전략회의(ASB)를 주재했다. GM은 특히 중국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폭스바겐을 제치고 선두에 나설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류 마지막날인 25일 아침에는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가 관저에서 주재한 조찬에서 안상수 인천광역시장 등 정·재계 인사들을 만났다. 그는 다시 힐튼호텔로 돌아와 오전 10시부터 11시20분까지 기자회견을 가졌다. 왜고너 회장은 국내 재계 인사들과 비공개로 힐튼호텔에서 오찬을 함께 한 후 오후에는 부문별 전략회의를 계속 가졌다. 왜고너 회장은 이날 밤 늦게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났다. GM대우 관계자는 "왜고너 회장의 2박3일간 일정은 분단위로 짜여졌다"며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소화해내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익원·이심기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