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증권 유관기관 직원들이 요즘 느끼는 심정이다. 그간 고유업무 덕분에 안정된 수입을 올려왔지만,독점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데다 일부 기관의 경우 증시 통합으로 고유업무를 내줘야할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리모델링"이 절박한 상황이다. ◆증권전산 오는 9월 통합거래소 출범을 앞두고 위상 축소와 수입 감소 우려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간 증권전산이 독점해온 증권시세 자료 관리권을 통합거래소가 회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전산은 증권거래소로부터 증권시세 자료를 넘겨받은 뒤 이를 가공해 재판매하는 사업을 독점,짭짤한 수익을 올려왔다. 증권전산 관계자는 "일단 통합거래소 출범 후 재논의하는 것으로 문제가 봉합되긴 했지만 직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강정호 선물거래소 이사장이 통합거래소의 전산시스템을 증권전산 것이 아닌 해외 시스템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속을 태우고 있다. ◆증권예탁원 고유업무인 청산업무가 통합거래소로 넘어갈 처지다. 증권예탁원은 현재 예탁 결제 청산 권리행사대행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면서 이에 대한 일괄수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통합방안에 따르면 청산업무는 거래소 몫으로 넘어가게 돼 있다. 회사 이름도 증권예탁원에서 증권예탁결제원으로 바뀌게 된다. 증권예탁원 관계자는 "청산 업무가 이관되면 조직체계 변화가 불가피해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소유구조 개편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정부 방안은 현재 70%인 증권거래소 지분을 낮추는 대신 금융회사 지분을 늘리는 것으로 요약된다. 증권예탁원측은 "금융회사 지분이 늘어나면 간섭하는 '시어머니'가 많아질 수밖에 없어 부담"이라고 밝혔다. ◆증권금융 2,3년 전만 해도 70%를 웃돌던 주식담보대출 시장점유율이 요즘은 30%대에 불과하다.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영업에 따른 결과다. 주식담보대출 업무는 증권금융 순이익의 60%에 육박하는 '캐시 카우'라는 점에서 당장 새 수익원 발굴이 시급해졌다. 게다가 일각에선 '증권금융 폐지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증권금융은 증권사의 신용이 미덥지 못할 때 최후의 보루 역할로 세워진 만큼 지금은 존재 이유가 없다는 게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백광엽·주용석·임원기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