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차 6자회담에서 김계관 북측 수석대표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 또 한 차례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북측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4일 미국과 양자협의 자리에서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 않고, 수출하지 않으며, 실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남한측 고위급 회담 소식통이 밝혔다. 김 부상의 발언은 해석하기에 따라 달리 보인다. 이미 만들어 놓은 핵무기를 전제로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히고 현재 진행 중인 핵무기 개발 계획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북측 발언을 되새겨 보면 김 부상의 발언은 `북한은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6자회담에서 조건이 맞으면 더 이상 제조하지 않겠다'는 해석쪽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 핵무기 보유 발언은 지난 2003년 8월 27일 제 1차 6자회담 첫날 전체회의가 끝난 후 처음 나왔었다. 당시 북측 수석대표 김영일 외무성 부상은 회담장 구석에 놓여 있던 소파에 앉아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우리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에 앞서 같은해 4월 열린 북ㆍ미ㆍ중 3자회담에서도 핵무기 보유 발언이 있었다. 3자회담 북측 수석대표 리근 외무성 부국장은 회담 첫 날인 4월 23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 영빈관에서 열린 만찬이 끝난 후 미 대표인 켈리 차관보에게 다가가 "나는 평양으로부터의 지령과 메시지를 갖고 있다"며 통역을 통해 밝힌 뒤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폐기할 수는 없다. 그것들을 실험할 것인지, 수출할것인지, 증산할지 여부는 미국의 태도에 달렸다"고 말한 것으로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앞서 두 차례의 핵무기 보유 발언은 비공식석상에서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김 부상의 보유 발언은 북ㆍ미 양자협의 석상, 즉 공식회담 자리에서 나왔다는데서 차이가 있다. 북한은 이미 수 차례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시사해 왔다. 지난 2003년 1월 10일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선언 이후 핵무기 개발과 보유 및 실물 공개 용의와 관련해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언급해 왔다. 북측 입장 표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은 `구문'인 셈이다. NPT 탈퇴 선언 이후 3개월만인 2003년 4월 18일 외무성 대변인은 폐연료봉 8천여 개의 재처리 작업을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추출 작업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이어 같은달 30일에는 역시 외무성 대변인이 "우리는 필요한 물리적 억제력을 갖추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같은 해 6월에는 `보유'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강화'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18일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정당방위 조치로서 우리의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 외무성 대변인은 잇따라 `핵 억제력 공개' 의향을 표명했다. 16일 중앙통신과 회견에서 "때가 되면 핵 억제력의 공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18일에도 "때가 되면 핵 억제력을 실물로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같은 발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NPT 탈퇴 선언 이후 몇 개월 사이에 핵무기 개발ㆍ보유ㆍ강화 단계를 모두 거쳤다는 말이 된다. 몇 개월의 짧은 시간에, 핵실험도 없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없지 않지만 미국 정보기관에서도 북한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6자회담의 김계관 부상 발언도 이미 지난해 연말에 나왔던 노동신문 논평의 복사판이다. 노동신문은 당시 북한이 1단계 동시행동조치로 제의한 핵활동 동결의 내용에 대해, "핵무기를 더 만들지 않으며, 시험도 하지 않고, 이전도 하지 않으며, 평화적 핵동력공업까지 멈춰 세우는 동결조치를 제안한 것은 또 하나의 대담한 양보"라고 주장했다. 통일연구원 전성훈 박사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이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그토록 엄청난 사실을 눈 앞에 마주하고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국내 현실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일용 기자 ci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