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휴가풍경] 중견·원로작가 김용성·유홍종·최일남씨 신간 내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중견·원로작가들이 잇달아 신작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리빠똥 장군' '도둑일기'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써온 소설가 김용성씨(64)가 6년 만에 신작 장편 '기억의 가면'(문학과지성사)을 내놓은 데 이어 유홍종씨(61)는 7년 만에 장편 '유리열쇠'(해누리)를 선보였다.
문단의 원로 최일남씨(72)도 4년 만에 창작집 '석류'(현대문학)를 출간했다.
'기억의 가면'은 태평양 전쟁,6·25전쟁,베트남 전쟁 등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한 세 전쟁이 한 집안의 가족사를 어떻게 왜곡시켰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베 공습 때 아버지를,6·25 때 삼촌을 잃은 주인공 이진성이 일본 중국 베트남 등을 가로지르며 전쟁으로 잃어버린 가족과 은폐된 진실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인간애와 자기 회복의 관점에서 묘사했다.
전쟁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진성은 자신이 생모와 삼촌의 행방을 추적하는 것을 가리켜 '온전한 인간으로 되돌아가려는 열망이 빚어낸 처절한 몸부림'으로 규정한다.
'유리열쇠'는 사제로 성장한 청년과 수녀가 된 여인의 피할 수 없는 사랑을 신앙으로 극복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장편소설이다.
섬약한 문학청년 김승완은 고교 문예반의 선배 신효주를 사랑한다.
그러나 수녀가 되려는 효주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불량배 강태두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면서 운명적인 삼각관계가 빚어진다.
작가는 "'유리열쇠'는 일생에서 단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데다 한 번 마음의 문을 열면 깨져 다시 못쓰게 되는 첫사랑의 열쇠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석류'는 최씨가 2001년 이후 발표한 7편과 97년에 나온 '아침에 웃다' 등 8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젊은 맞벌이 부부의 애환,외국어 때문에 고통받는 현대인의 서글픔,이집 저집 다니며 커야 하는 어린애의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노인들의 안타까운 심정이 잘 그려져 있다.
작가는 보통 소시민들의 일상에 따스한 시선을 주면서 '웰빙'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돼 버린 현대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최일남 특유의 해학이 물씬한 가락과 감칠맛 나는 어법에 힘입어 때로 강렬하게 다가오는 페이소스가 흥겹기조차 하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