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에 집착하지 말라. 한 국가의 성장과관련된 전체 그림을 보아달라" 매년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발표하는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은 순위 변동에일희일비하기 보다는 해당 국가의 정부와 기업, 학계가 취약한 것으로 지적되는 분야를 집중 점검하는 체계적 접근을 취할 것을 권고했다. WEF측은 그러나 한국 일부에서 시비가 되고 있는 평가 기준에 대해 지난 25년간꾸준히 개선을 거듭해 신뢰도는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WEF측에 따르면 일부 지표는 하버드대를 비롯한 권위있는 기관에 의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국가적 화두가 되고 있는 경쟁력의 핵심을 짚고 WEF가 발표하는 보고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묻기 위해 지난 23일 제네바 레망호수의 경관이 훤히내려다보이는 WEF본부 건물에서 대담 기회를 마련했다. 이날 대담에는 IMF 출신의 아우구스토 로페즈 클라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리하웰 아시아 국장, 제니퍼 블랜크 경쟁력 연구원이, 주제네바 한국대표부에서 우주하 재경관과 김형수 재경관보가 각각 참석했다. 다음은 요약. 우주하= 국가 경쟁력란 말이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국가경쟁력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가능한 개념인 지를 알고 싶다. 로페즈= 경쟁력이라하면 가장 먼저 개별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협소한 의미의 경쟁력 개념이며 우리는 ‘국가의 성장을 가져오는 것이무엇인가’ 라는 보다 포괄적이고 폭넓은 차원에서 경쟁력에 접근하고 있다. 개별 국가의 성장을 가져오는 요소는 다양하고 매우 많다. 이를 함께 묶어 봄으로써 의미있는 대화의 장을 제공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즉, 이들 다양한 요소들을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동시에 다른 국가와 비교해 봄으로써 한 국가의 경제적 모습을 총체적으로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의도이다. 우주하= WEF가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79년부터이므로 약 25년이 지났다. 누구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 ? 로페즈= 보고서의 주요 고객은 각 국 정부, 기업인, WEF 회원사이다. 정부에게는 자신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자료를, 기업인들에게는 장기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 우리가 수집하는 자료는 대부분 기업 사회에서 나온다. 보고서의 서베이(설문)자료는 국내기업인들 뿐만 아니라 역내에 활동하고 있는 외국 투자가들의 의견도 반영하고 있는데, 정부측에서는 그들의 의견을 균형되게 들어 볼 필요가 있다. 우주하= 평가기준이 해마다 조금씩 수정되는 데 신뢰성 문제는 없는가 ? 로페즈= 우리 보고서는 대체로 공공부문을 다루는 성장경쟁력 지수(GCI)와 기업경쟁력 지수(BCI) 등의 두가지로 크게 구분지을 수 있다. (GCI는 미국 컬럼비아대의제프리 삭스 교수가, BCI는 하버드대의 마이클 포트 교수가 개발했다) 우리의 조사방법은 매우 투명하고 단순하다. 각종 지표는 사전에 설계되고 동일한 수집방법으로 전 세계의 104개 제휴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받는다. 이와 함께 IMF,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통계와 데이터베이스로부터 공표된 통계자료를 수집한다. WEF는 이를 취합하여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우리는 평가방법의 개선을 동태적 과정으로 여긴다. 올바른 평가가 될 수 있도록 평가방법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 지고 있다. 예를 들어 종전까지는 정부지출비중이 큰 나라의 경우에는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정부가 얼마나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정부지출을 사용하는 지를 나타내는 자료를 판단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개선 노력이 평가의 일관성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거나 결과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우주하= 통계자료가 아닌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자료의 경우 조사방법 및응답자의 태도에 따라 국가별 편차가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로페즈= 우리는 제휴 기관들에게 사전에 조사방법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을 주고, 주기적인 방문 또는 접촉을 통하여 올바른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지도한다. 또한, 그들이 제시한 설문 조사의 결과에 대해서도 각종 통계지표와 대비해 교차확인(Cross-check)을 한다. 작년의 경우에도 신뢰성이 의심스러운 2개 국가의 설문 자료는 최종 보고서에 적용하지 않은 바 있다. 우주하= 다른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인 IMD 보고서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로페즈= 우선 조사대상 국가의 규모가 다르다. IMD는 60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우리는 102개 국가이다. 또한 IMD는 OECD 국가등 선진국을 주된 대상으로 한다. 우리는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개도국과 동유럽의 전환경제권 등도 포함함으로써 이들 국가의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 IMD가 순위그룹을 인구규모를 기준으로나누는 것도 우리와 차이점이다. 조사결과에 대한 명성 차원에서도 두 기관간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는 설문조사를 철저히 관리한다. 우주하= 매년 발표되는 국가별 순위를 보면 인구나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무엇인가? 로페즈= 지난해 미국의 TV방송과의 대담프로에서 가장 먼저 받았던 질문이다. 어떻게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한 핀란드가 1위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들 북유럽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모든 문제를 포괄적이고, 장기적 시각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한다. 그것이 차이다. 정부예산을 예를 들 수 있다. 일부 OECD 국가에서 3-5년 중기예산 편성을 하는 경우는 있다. 핀란드의 경우 20년을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한다. 금년의 재정흑자를 2015년 뒤 인구고령화로 인한 복지수요를 감안하여 사용한다는것이다. 또한 예산은 바로 모든 정치과정의 결과(the whole result of political process)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의 투명성도 들 수 있다. 우주하= 한국은 국가경쟁력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올해부터는 범정부차원의 위원회를 만들어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경쟁력 평가기관들의 활동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시에 정확하게 전달토록 하여 올바른 정보에 의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평가순위가 낮은 분야에 대해서는 국내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나감으로써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로제프= 한국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보고서에 대한 각 국의 반응은 두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순위 자체에 집착하는 것이다. 사실 보고서가 나오면 가장 주목되는 것이 개별 국가의 순위이고 언론도 이를 헤드라인으로 뽑는다. 국가경쟁력 순위가 떨어지는 정부로부터 우리가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일례로 캐나다를 들 수 있다. 지난해 평가에서 캐나다의 순위가 대폭 떨어져 캐나다 의회와 언론에서 정부를 집중 비판하자, 캐나다 정부측이 우리에게 평가결과를두고 항의를 한 사례가 있었다. 사실 지난해에는 캐나다에서 부패 스캔들이 발생했었고, 정부의 투명성에 대해 기업들이 의심을 제기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설문을 통해 평가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개별 순위 자체에 집착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우리가 목적하는 바도아니다. 이보다는 한 국가의 성장과 관련된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정부와 기업과학계가 함께 취약한 분야를 집중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 러시아와 칠레를 예로 들 수 있다. 독일의 경우 WEF 보고서 발표 이후 우리를 초청하여 취약분야가 왜 발생했는지, 개선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 토의하는 기회를 가졌다. 우리로서도 값진 기회였다. 올해는 러시아의 부총리로부터 러시아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있다. 바로 이런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칠레의 경우도 있다. 칠레는 대체로 안정적인 성적이 나오는 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문제점에도 주목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칠레는 대통령이 임명할수 있는 자리가 5천개가 넘었다. 칠레는 이를 대폭 줄이고 공직체계의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의도한 것이다. 하웰= 각국 정부가 국가적 우선순위 (national priority)를 설정하는 데 우리보고서는 강력한 도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실제 경쟁력에서 중요한 것은 법의 지배(rule of law)와 부패관리(control of corruption)이다. 이와 함께 모든 문제에 대한체계적 접근(systemic approach)이 중요하다. 우주하= WEF의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정치, 사회, 여성참여 분야에 관한 기타 지표(Other indicator)의 순위가 낮게 나온다. 이들 항목도 국가경쟁력 종합순위에 반영되는 것인가? 로페즈= 이들 기타 지표는 미래를 위한 준비이다. GCI와 BCI의 종합순위 계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사회지표가 점차 중요해 진다는 것을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경쟁력 순위지표에 반영하기 위해 사전 작업으로 사회지표들을 평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주하=시장자율과 정부개입간에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로페즈= 이에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정부지출 비중이 높다고 해서 정부개입이 높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앞서 말한 북유럽 국가를 예를 들어 보자. 혹자는이들의 재정규모가 과다하다고 비판한다. 맞다. 그러나 지출내역을 보면 미래를 위한 교육, 신기술의 획득, 인프라 구축, 사회안전망 구축에 사용한다. 지출이 필요한곳에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미래와 혁신을 준비하기 위한 투자인 것이다. 반면 규제방식은 매우 투명하다. 정부가 기업 활동을 방해하거나 괴롭히지 않는다. 이에 반해 베네수엘라를 보자. GDP에서 정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베네수엘라가 훨씬 낮다. 그러나 법의 지배(rule of law)가 확립되어 있지 않고 기업인활동에 많은 제약을 준다. 바로 이것이 잘못된 정부 개입일 것이다. 우주하=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대해 총평해 달라. 특히 앞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해야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충고를 부탁한다. 로페즈= 오늘과 같이 한국이 경쟁력을 철저히 모니터링 하고 있고 경쟁력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잘 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의 성장은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성공사례이다. 다른 국제기구들도 한국을 모범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개방도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잘 해 나가가고 있다고 하여 한국경제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과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당면과제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처럼 앞으로도 잘해 나가리라 믿는다. 우주하=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 원탁회의(Asia Roundtable)에서도 다보스 포럼때와 마찬가지로 반WEF 시위가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웰= 서울에서도 시위가 있었으나, 회의자체를 방해받지는 않았다. 반세계화움직임의 일환으로도 보이나, 시위에서 농산물 협상반대 등을 외치는 것을 보면 WEF기능에 대한 오해도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글로벌 이슈에 대한 논의 기회를 제공하는 순수 민간 기관이지 IMF나 WTO와 같은 정책적 국제기구는 아니다. 우주하= 서울 회의에 참석한 하웰 아시아 국장에게 묻는다. 최근 위기론이 나돌만큼 한국의 향후 경제진로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어떻게 보는가? 하웰= 한국은 현재 제조업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 경제로의 이행, 동북아금융.물류 허브의 구축, FTA를 통한 자유무역의 확대, 차세대 기술 개발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는 얘기를 주로 들었다. 서울 회의의 논의에서는 한국이 홍콩에 비해서동북아 금융.물류 허브가 되기에는 취약한 점이 있으며,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LCD와 반도체 등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중국에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한.중.일 3국과 러시아를 포함하여 동북아 지역이 자유무역지대가 된다면 그 파괴력은 대단할 것이다. 또한, 한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른아시아 국가들에게 매우 훌륭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