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신흥시장에서 위기가 발생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심하다. 우선 위기론의 실체는 이렇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지난 3년간 미국의 금리인하와 달러약세를 배경으로 신흥시장에 과도하게 유입됐던 달러캐리 자금이 이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성 펀드들의 투자원금 회수행위인 디레버리지(deleverage) 현상까지 겹칠 경우 신흥시장 국가들은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1980년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은 신흥시장 위기와 맞물려 왔다. 80년 이후 1년간 미국 금리는 무려 8%포인트 급등했다. 이때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이 마치 도미노 게임을 하듯 연쇄적인 위기에 시달렸다. 그 후 90년 브라질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97년 아시아 외환위기도 미국의 금리인상 직후 발생했다. 반면 이번에는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신흥시장 국가들이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내성을 갖춘 점을 들고 있다. 또 재정사정이 꾸준히 개선돼온 데다 대부분 신흥시장 국가들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함에 따라 외화유출입에 따른 충격을 환율로 흡수할 수 있게돼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신흥시장 위기는 크게 두단계를 거친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같은 투자여건이 변할 때 초기에는 단기투기성 자금(대개 주식자금)이 빠져 나가다가 나중에는 중장기 투자자금(채권과 부동산 자금)이 회수되면서 외화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궁극적으로는 위기국면에 빠진다. 그렇다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신흥시장 위기론은 어디까지 진전될 것인가. 이론적으로 특정지역이나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가 자주 활용된다. 이 기준을 토대로 볼때 단기투기성 자금의 이탈여부는 대상국의 자산인플레 정도와 유입된 외국자본의 건전도,통화방어능력인 외환보유고 규모로 평가된다. 이중 유입 외자의 건전도는 순직접투자(외국인투자-해외투자)와 경상수지 합계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중장기 위기진단지표는 대상국의 △해외자금 조달능력 △국내저축능력으로 평가한다. 특히 단기 위기진단지표가 악화될 경우 대상국의 해외자금 조달능력에 곧바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민간부문의 저축률과 재정수지로 표현되는 국내저축능력이 더 중시된다.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로 신흥시장의 위기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면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종전처럼 단기투기성 자금의 이탈에 이어 중장기 투자자금까지 회수되면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현재 단기채무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터키,브라질 등이 위기 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나온다. 아시아 신흥국가들은 어떤가. 대부분 위기진단지표가 97년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서는 개선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자산인플레 정도와 유입 외자의 건전도,국내저축능력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악화정도가 심하다. 따라서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신흥시장 위기론에 민감하게 반응을 할 필요는 없으나 달러캐리 자금을 포함한 단기투기성 자금의 이탈 가능성에는 대비해 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