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융합'시대 통신경쟁 원칙..李疇憲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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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여동안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전세계적으로 경제·사회적 변화를 이끈 가장 큰 동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통신서비스 분야의 발전은 눈부셨고 이는 산업계의 빠른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경쟁도입에 따른 시장확대가 수반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인해 요금인하,서비스질 향상,고객서비스 제고 등과 같은 많은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 독점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지대할 수밖에 없는 시장특성으로 인해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시장의 경쟁 정도가 충분한 상태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신시장의 선발사업자들은 여러 부문에 걸친 경쟁에서 우월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까닭에 시장기능만으로는 바람직한 수준의 경쟁 정도를 달성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무선통신 분야의 경우 사업자간 불공정 행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돼 정부당국이 최근 강력한 단속강화 의지를 천명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정부는 건전경쟁의 활성화와 공정경쟁 기반조성을 위해 당연히 선발사업자의 시장지배력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더불어 불공정 행위에 대한 합리적 제도정립과 철저한 단속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실제로 그동안 통신시장의 공정경쟁 정책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이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공정경쟁 환경을 달성한다는 이상적 정책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통신시장 경쟁구도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고 이른 시일 내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통신시장은 새로운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다양한 통신분야를 아우르는 융합(convergence)의 물결은 그같은 예측의 근거를 이룬다.
융합의 진전에 의해 비교적 명확한 시장구분에 따라 시행되던 기존 경쟁정책이나 기준 또는 원칙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게 될 것임은 명백하다.
기존 시장간에 융합이 일어나면서 보다 커다란 시장으로 통합될 경우 기존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기존시장과 밀접히 연관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시장 지배력을 용이하게 전이·확대시켜 나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같은 시장경계의 빠른 변화는 경쟁정책에 난제를 던져주면서 동시에 공정 경쟁 기반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통신시장 변화 추세는 정책당국뿐 아니라 통신사업자,투자자,그리고 가장 중요한 통신이용자 등 모든 시장 참여자들에게도 어려운 숙제들을 던지고 있다.
기존의 틀 안에서 최적이라고 생각됐던 전략이나 선택이 급속한 환경변화로 인해 급속히 그 합리성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급속한 변화와 이에 따른 정책변화의 필요성 제기 등 시장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경쟁의 틀을 만들고 미리 제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아가 새로운 경쟁정책 원칙을 고려할 때 단기적 차원의 효율적 경쟁시스템 구축 못지않게 장기적이고 거시적 차원,즉 국가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모델을 염두에 둬야 한다.
통신시장의 장·단기적 변화추세를 정확히 전망하고,이를 건전한 시장발전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적절한 공정경쟁정책의 원칙(principles)을 새로이 정립하는 일이 시급하다.
물론 예외없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원칙들을 제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산·학·관·연 모두의 지혜를 모아 새롭게 전개될 융합환경 아래에서 실제로 정책에 적용될 수 있는 방정식을 더욱 구체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미뤄서도,게을리해서도 안되는 책임명제가 아닐 수 없다.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 약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건강한 시장 조성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견인하고 담보할 '정보통신 일등국가'를 일구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