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고 김선일씨 피랍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근 착수한 진상조사는 한미간 현안인 용산기지 이전 및 주한미군 감축 협상 등에 돌발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 조사 결과 미군이 김씨 피랍사실을 미리 알고도 우리군에 숨겼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막바지 단계로 접어든 용산기지 이전 및 주한미군 감축 협상이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이달 28∼29일 서울에서 한미미래동맹정책구상(FOTA) 특별회의를갖고 그동안 쟁점으로 남아있던 기지 이전 부지 면적과 첨단 미군시설 이전비용 문제 등을 타결할 계획이었다. 정부 또 국방부와 외교통상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3인위원회 회의도 28일 개최해 주한미군 1만2천500명의 감축 부대와 시기 등을 논의할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감사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김씨 피살사건과 관련된의혹들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에 착수한 다음날인 26일 돌연 FOTA 특별회의및 3인위원회 회의를 연기했다. 한미 양국이 추가적인 자료를 검토한 뒤 실무협의를 거쳐 7월중 예정된 10차 FOTA 회의에서 원만한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키로 합의했다고만 밝히고 연기 배경은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FOTA 회의 참가 기관인 외교부와 국방부, NSC 모두 김씨 피살사건에 대한미숙한 대응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감사원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회의 연기의 주된 요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원 조사는 3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여 FOTA 회의는 다음달 중순 개최될것으로 관측되나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또 다시 늦춰지는 등 진통을 겪을 가능성을배제할 수 없다. 미군이 알-자지라방송 보도 이후 김씨 피랍사실을 알았다는 기존의 주장이 감사원 조사로 거짓으로 판명될 경우 한미동맹관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가나무역의 김천호 사장과 직접 만나 미군부대 군납 원청업체인 미국의 AAFES(The Army and Air Force Exchange Service)에 대한 피랍사실 전달 경위 등을 정밀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민적 의혹으로 대두되고 있는 미군의 사전인지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다. 군 전문가들은 AAFES가 경영진과 이사회에 현역 군 장성과 장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을 정도로 미 국방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인 점에 비춰 김 사장의 진술이 맞다면 피랍사실을 군계통을 밟아 상부에 틀림없이 보고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31일 김 씨가 없어지자 행방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다 이달 10일 AAFES에 실종사실을 알리면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그동안 주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감사원 조사에서 미군의 사전인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한미동맹의 파기를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용산기지 이전협상이 새로운 난국을 맞게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참여연대 등 36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공동대 표 홍근수)은 25일 오후 주한 미대사관 근처에서 김씨 피랍 은폐 규명 촉구대회를 갖는 등 벌써부터 반미감정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군의 사전인지 여부는 용산기지 이전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연합토지관리계획(LPP),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에도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보여 감사원 조사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