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탓 하지 마라. 경영목표는 불변이다.'


올 상반기 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 '차이나 쇼크(중국의 긴축정책으로부터 촉발된 수출경기 퇴조)'까지 경험하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이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은 최근 하반기 경영계획을 점검하면서 연초 수립했던 경영목표를 그대로 고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기업들은 이를 위해 하반기부터 판매단가가 떨어지는 품목에 대해선 출하량을 늘리고 미국 중국 등 수출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지역의 물량은 동유럽이나 중남미 등의 신흥시장으로 돌리는 해외시장 다변화를 통해 매출 및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키로 했다.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기업들은 올 상반기를 지나면서 내수시장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어버렸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판매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30% 가량 감소했다.


LG전자는 이에 따라 칠레 체코 등 중남미와 동유럽의 신흥시장 개척과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 대한 수출을 더욱 확대, 하반기 수출계획을 당초보다 15% 가량 높여 잡았다.


이 회사 권영수 재무담당 최고경영자(CFO)는 "지난해 이라크 전쟁과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충격도 이겨냈는데 내수부진 때문에 목표를 낮출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IR담당 주우식 전무도 "연초 밝혔던 46조원의 매출목표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에 비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래시 메모리의 판매단가 하락이 현실화될 경우 출하량 확대를 통해 시장 지배적 위치를 오히려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 역시 주력제품인 플라즈마 디스플레이패널(PDP) 경기 퇴조론을 일축하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 '수출시장 개척으로 승부'


올해 31조1천억원의 매출목표를 정했던 현대차의 상반기 매출실적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다음달 이후 투싼과 뉴EF쏘나타 후속모델을 북미시장에 잇따라 투입, 현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동유럽과 서남아시아 등의 신흥시장 공략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북미시장 점유율이 지난해(2.48%)에 다소 못미치고 있지만 하반기 수출드라이브를 통해 점유율을 2.7%선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은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외에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에 대한 시장공략을 강화해 올해 6조3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도 고급재 위주의 제품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차이나 쇼크'에 대응하고 수출물량도 가격 추이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절해 나갈 계획이다.


효성은 지난해 70% 정도였던 수출비중을 75%로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지역과 대상 품목을 넓혀나가고 있다.



조일훈ㆍ유창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