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시장이 몰려 있는 베이징 야윈춘의 폭스바겐 대리점은 최근 고객들의 시선을 끄는 붉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7만9천8백위안짜리 소형차를 6만3천5백위안에 팔고, 선착순 3백명에게 추가 할인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바로 옆 창안스즈키 대리점에는 지난 1일부터 3천~5천위안 내린 4만위안이면 경차 '알토'를 구입할 수 있다는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차값의 8~10%를 인하한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고객잡기에 나선 것이다. 폭스바겐의 중국 합작법인인 이치다중의 한 대리점에 들어서니 판매원이 반갑게 맞으며 지난 17일부터 신차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렸다고 설명한다. 모델별 가격 인하 내용을 귀찮을 정도로 자세히 소개한다.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폭스바겐은 GM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최근 중국 내 2개 합작법인의 전 차종 가격을 최고 11%까지 내렸다. 야윈춘 거리를 걷다 보면 중국 내 자동차 가격 경쟁이 얼마나 뜨거운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난 5월 중국 승용차 판매대수는 17만7천7백대. 4월에 비해 20%가량 감소했다. 생산 대비 판매율은 84.5%로 5월 한 달 동안 재고가 3만2천6백대 증가, 자동차 가격 인하 경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가전제품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가전 유통 전문업체인 다중전기의 시바허점에 들어서면 할인 안내판이 나붙지 않은 제품이 없을 정도다. 한 부스의 점원은 "1천2백98위안까지 인하한 세탁기를 3백위안 더 깎아줄테니 구경이라도 하라"며 소매를 잡아 끈다. 시바허점 바로 앞에는 토종 가전업체인 창웨이가 특판 부스를 마련했다. 43인치짜리 프로젝션TV 가격은 5천9백99위안. 삼성전자LG전자의 동일 모델 판매가격보다 25%나 싸다. PDP TV는 올들어 창웨이 콩카 TCL 샤와 창훙 등 대부분의 토종 전자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일부 토종 업체들은 2만9천위안 하던 PDP 재고를 1만9천위안에 내놓고 있다. 양문형 냉장고 역시 분기마다 가격이 8∼9%씩 떨어지고 있다. 에어컨은 10평 기준 1마력짜리 제품이 1천5백위안으로 한국의 3분의 1 가격에 팔리고 있다. 고가 정책을 지켜온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이 지난 2월부터 대대적인 가격 인하에 나선 것도 가격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휴대폰 시장도 가격 하락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토종 업체인 콩카는 6월 중순부터 3개월간을 카메라폰 판촉기간으로 정해 30만화소 제품을 1천9백80위안에 팔고 있다. 특히 유통업체가 가격 인하전을 주도하면서 시장 질서는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심지어 삼성전자 소니 모토로라 노키아 등의 인기 제품들도 3백∼1천위안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있다. 중국 시장의 가격 전쟁은 글로벌 기업의 투자 확대와 중국 토종 메이커들의 급성장으로 공급이 크게 늘어난 반면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데 따른 것이다.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쑤닝전기 관계자는 "6월 중순부터 카메라폰 전 모델의 가격을 최고 30%까지 내려 판매 중"이라며 "중국 휴대폰 생산 능력은 2억5천만대이지만 실제 판매량은 수출을 포함해도 1억7천만대에 불과할 정도로 공급 과잉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익원 기자ㆍ베이징=오광진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