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외환위기이후 기업 재무구조'] 기업 27% 돈벌어 이자도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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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수익성이 낮은 기업들을 대거 퇴출시키는 구조조정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기업 10곳중 3곳은 이익(이자 및 세금납부전 이익ㆍEBIT)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기업과 하이테크 기업들의 부실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 성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영업이익 등 사업성과 측면에서 위기 이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경 KDI 금융경제팀장은 "한국의 기업구조조정은 완결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진행해야 할 과제"라며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부실기업을 연명시키기보다는 신속하게 도태시키는 것이 경제 효율성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 수출기업 '속빈 강정'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수출액은 1천9백38억달러(통관기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제외한 수출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영업이익/총자산)은 5.41%로 전체기업(7.26%)은 물론 내수 기업(6.76%)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수출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자 및 세금을 내기 전 이익/이자)이 내수기업보다 낮은 것은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수출 채산성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방증이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내수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판매에 주력하다보니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성과를 냈으나 수익성은 악화됐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재무구조 격차가 상당부분 줄어드는 것도 관심을 끈다.
지난해 국내 대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4.8배, 영업이익률은 8%로 중소기업(이자보상배율 3.15배, 영업이익률 5.46%)을 크게 앞섰으나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기업 이자보상배율은 3.73배, 영업이익률은 6.67%로 중소기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수출과 내수기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의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 1개 기업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가능할 정도다.
○ 하이테크 산업 양극화 심각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현저히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들도 많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이 2천6백79개사로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27.5%를 차지했다.
특히 하이테크 기업들의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에 속하는 기업들을 기술수준에 따라 4개군(고기술, 중고기술, 중저기술, 저기술)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고기술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비중은 대기업의 경우 41.0%, 중소기업은 38.0%로 평균치(27.5%)를 크게 웃돌았다.
고기술 산업군에 속한 기업중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배 미만인 부실징후 기업도 대기업에서 10%, 중소기업에서 11.2%로 나타나 전체산업 평균(5.9%)의 두 배에 달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고기술산업군에 속해 있는 기업들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이 11.1배로 모든 산업군에 걸쳐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삼성전자 등 초우량기업의 수익성은 갈수록 좋아지는 반면 벤처기업 등 기술에 의존하는 상당수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 거품붕괴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더욱 취약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고기술 산업군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