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 김선일씨에 대한 '최대한의 보상과 예우'를 밝힌 가운데 27일 정부와 유가족측이 본격적인 보상협상에 들어갔다. 지난 26일 김선일씨 유해가 고향 부산에 도착해 빈소는 또 한차례 눈물바다를 이뤘다. …정부와 유가족 협상대표들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부산의료원 8층 회의실에서 보상과 관련한 첫 협상을 가졌다. 정부측 협상대표로는 행정자치부 최종만 안전정책관과 부산시 김구현 행정부시장이, 유족측은 김씨의 형 진국씨(38)와 자문변호인인 이은경 변호사가 각각 참석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보상과 예우에 대한 협상을 먼저 마무리지은 뒤 장례기간, 장지 등 장례절차에 대한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측은 특히 '최대한의 보상과 예우를 하겠다'는 입장을 유족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 협상대표단은 정부입장에 대한 유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날 오후 7시 재개될 보상협상에서 구체적인 요구사항 등 유가족측 입장을 전달키로 했다. …"선일아, 니 고향 부산이다. 제발 눈 좀 떠라"며 김선일씨의 유해가 부산의료원에 도착하는 순간 부모와 형제자매 등 유족들은 그토록 살아돌아오기만을 빌고 또 빌었던 김씨의 싸늘한 주검 앞에서 다시 한번 오열을 터뜨렸다. 부산의료원 장례식장 앞에서 운구행렬을 기다리던 아버지 김종규씨(69)는 "얼마나 고생을 했겠노. 20여일 간이나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감옥에서… 결국 죽은 몸으로 아버지 품으로 돌아왔구나.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데이"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눈물만 줄줄 흘렸다. 어머니 신영자씨도 "선일아 지옥같은 무서운 땅에서 돌아오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조금만 기다려라. 엄마도 곧 네 곁으로 가겠다"며 통곡했다. …고(故) 김선일씨가 생전에 이라크 현지에서 사용했던 유품이 27일 오후 공개됐다. 종이박스에는 통기타, 라디오, 카세트 겸용 CD 플레이어, 바이올린 클래식이라고 적힌 CD 1장이 나왔다. 여행용 가방에는 반바지와 반소매 T 셔츠 등 여름용 옷과 정장차림의 사진, 6∼7세로 보이는 이라크 어린이와 길에서 찍은 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 이 가방에서는 특히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얼굴 위에 빨간색으로 X표가 그려져 있고 'Operation Iraqi Freedom'이라는 문구가 적힌 흰색 T 셔츠 두벌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선일씨 추모 물결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가운데 빈소 조문객이 4천명을 넘어섰다. 유족과 부산의료원측에 따르면 지난 23일 부산의료원에 빈소가 차려진 이후 27일 현재까지 4천여명의 내외국인 조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