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 외교부 직원들이 'AP통신의 김선일씨 확인전화'를 묵살·은폐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은폐한 적이 결코 없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처럼 중요하고 민감한 일을 은폐할 수 있겠느냐"면서 "(은폐관련 보도에 대해)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또 "감정풀이를 해서는 안된다. 우리 국민도 정신 차려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진 외교부 차관도 반 장관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최 차관은 "(지난 5월11일 이라크에서 참수당한 미국인인) 닉 버그 사건을 볼 때 미국도 수십만명의 군인과 수천명의 정보원이 있었는 데도 별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외교인력 부족에 따른 정보수집 능력의 미흡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고 김선일씨 유가족은 "외교부가 첩보수준의 정보를 더욱 치밀하게 검증했더라면 김씨를 구출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부 언론보도 행태 비판 =반 장관은 외교부 직원들이 'AP통신의 확인전화'를 묵살한데 대해 "면목이 없다"면서도 "감추려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외교부가 언론에 알릴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차관도 지난 25일 저녁 외교부가 뒤늦게 외무관(사무관급) 2명이 AP통신 기자의 전화를 받은 사실을 확인해준 것과 관련, "국내 언론에서 먼저 보도해 외교부가 정확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브리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재 아중동국장은 "AP측이 먼저 공개적으로 외교부에 책임을 돌렸으므로 손가락질한 사람이 검증할 책임이 있지 않느냐"며 "자체 조사 내용을 검토하지 않고 바로 발표했다면 이 또한 무책임한 공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 통화내역 추가공개 =최 차관은 의문점으로 남아 있는 AP 서울주재기자와 외교부 직원간의 통화내역에 관해 "아중동국 및 공보관실 외무관 2명과 아중동국 직원 1명, 공보관실 기능직 여직원 2명 등 총 5명이 AP통신 기자와 통화했다는 진술서를 썼으며 이를 감사원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외교부 아중동국 외무관이 '피랍여부 문의전화를 받았다면 당연히 이라크 담당직원에게 물어봤을 것'이라고 자체조사에서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 담당직원은 "같은 과 외무관으로부터 그런 전화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최 차관은 소개했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두달 전 그런 전화를 받은 것 같다"고 진술한 공보관실 여직원 2명의 진술을 포함, 총 5명의 진술서를 감사원에 자료로 제출했다. ◆ 김천호씨 귀국 지연 =김씨 피랍의 의문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귀국이 늦어지고 있다. 이광재 아중동국장은 "김 사장이 당초 28일 귀국한다고 했으나 금주 중 귀국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